▲ 정기훈 기자

“저는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아산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주재하며 한 말이다. 이날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과 함께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3대 핵심 분야 지원을 골자로 한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 말처럼 우리는 충격적인 수치를 맞닥뜨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에 그쳤다. 정부 대책은 무용지물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오래전 더 충격적인 수치를 보고도 애써 외면하며 살았다. 여성고용률 그래프에서 30대 경력단절을 의미하는 M자형은 여전하다. 성별 임금격차는 2022년 기준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1996년 이후 줄곧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는 한국이 조사 대상 29개국 중 29위로 12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이것뿐일까.

<매일노동뉴스>가 정부가 저출생 대책을 내놓은 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포스코관 연구동에서 이주희(58·사진)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를 만났다.

청년의 의식변화 기성세대 못 쫓아가
지나친 가족주의가 가족 붕괴하는 ‘역설’

- 세계 최저 출산율도 문제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더 심각한 것 같다. 지금 같은 속도면 0.5명, 0.3명 급전직하는 건 시간문제 같은데. 어떻게 진단하나.
“실제 0.76명도 전 세계적으로 보지 못한 숫자다. 어디까지 떨어질지 예측하긴 힘들지만 지금 인구가 너무 빨리 줄어들어 우려스럽다. 특히 청년층 비중이 너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 저출생 원인이 뭔가.
“우리가 겪지 못한 새로운 현상이다. 우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임신과 출산의 기회비용이 너무 커졌다. 이건 다 아는 이야기다. 문제는 우리가 거기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크게 변했는데 남성과 우리 사회 전체가 돌봄을 분담하는 등 이에 따른 변화는 미미했다. 출산·육아에 따른 여성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보니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놔도 바뀌기 힘들다.”

- 나머지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불안정 고용 문제가 너무 심하다. 이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없고, 젊은층은 우리 고용사정이 급격히 좋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중첩됐다.

또 낮은 출산율에는 문화적 요인이 개입돼 있다. 선진국도 아무리 육아지원을 많이 해도 2명, 3명 안 낳는다. 많아 봤자 1.5명 정도에서 멈춰 있다. 그중 혼외출산이 절반을 넘는다. 우리는 거의 없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청년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중은 10년 전 56.5%에서 36.4%로 확 떨어졌다. 비혼동거에 대한 동의는 10년 사이 61.8%에서 80.9%로 증가했다.”

- 결혼에 대한 긍정이 줄고 비혼동거에 대한 동의가 늘어난 청년의 의식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나.
“청년의 의식은 빠르게 변하는데, 우리 사회는 정상가족 규범 아래 이런 변화를 뒤쫓지 못하고 있다. 건강가정기본법에서는 혼인·혈연·입양 이런 이야기만 한다. 사실혼이나 동거혼 등 다양한 혼인 상태에 대한 법적 지원이 전무하다. 문화적으로 기성세대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

지나친 가족주의 문화가 특히 여성에게 많은 부담을 지운다. ‘가족주의’가 지나쳐 가족이 붕괴하는 역설로 나타난다. 이런 문화적 접근은 지금까지 (저출생) 논의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합쳐져 우리가 굉장히 기괴한 숫자를 보는 것 같다.”

세대와 성의 교차, 20~30대 여성의 고립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가 저출생에 미친 영향은

- 여성은 높은 교육 수준에도 채용과 승진·보상에서 차별받고, 임신·출산으로 경력단절까지 되는 현실이다. 맞벌이라고 해도 여전히 여성에게 대부분 가사노동이 전가되고, 직장문화는 일·가정 양립에 미치지 못한다. 왜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까.
“세대와 성이 교차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구의 산업화나 여성해방운동의 속도가 우리보다 천천히 진행되면서 전 세대에 걸쳐 인식을 공유하는 과정이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사회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성평등에 관심을 가진 집단이 20~30대 여성으로 한정됐다. 어머니와 딸 사이 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50~60대는 딸이 시집을 잘 가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딸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정치가 안 바뀌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성평등 의식을) 여성인구 전체가 가진다면 정치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20~30대 인구는 적고 50~60대 인구는 많다. 이런 문제가 우리 사회 변화를 더디게 하고 그 과정에서 20~30대 여성은 고립된 섬처럼 성평등 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다.”

-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는 왜 향상되지 않을까.
“정치 수준이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다고 하는 정권이다. 보통 정부라면 국민의 반이 여성이기 때문에 성평등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점이 굉장히 미약했는데, 심지어 현 정권은 미약한 것을 넘어 아예 거부하고 있다.

정권뿐 아니라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인 능력주의 담론이 지나치게 확산했다. 성별 격차가 국가 제도나 지원으로 보완되고 시정돼야 하는 점이 분명히 있는데, 그 자체를 ‘능력’으로 보면서 여성이 낮은 지위에 있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은 굉장히 불행한 일이다.”

-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은 많은 청년 여성에게 각성 효과를 줬다. 8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사회 여성은 여성혐오와 성차별, 성폭력과 성착취, 여성살해와 맞닥뜨린다.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당시 여성혐오 범죄라는 주장을 정부가 일리 있다고 받아들이고 대응했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달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묻지마 범죄라는 경찰의 태도를 보고 여성들은 화가 났다. 대다수 남성, 특히 사회적으로 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이런 여성들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판단한다. 우리 사회 억압이 그만큼 컸기에 급진적 여성운동이 이끌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급진적이라며 호응을 얻지 못하고, 다른 쪽에선 더 급진적일 수밖에 없고.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이 문제를 잘 해결할 기회를 잃었다. 열쇠는 역시 정부와 정치지도자가 가지고 있다.”

-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거나 여성가족부 해체를 내세운 선거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
“선거전술로는 성공했다고 본다. 우리나라 인구구조와 이데올로기 편향을 볼 때 페미니즘 선호 집단은 소수다. (윤 대통령이) 0.73%포인트 차이지만 선거에서 승리했으니까.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정치지도자로는 씻을 수 없는 결격사유를 보여줬다. 사회통합을 이끌고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을 무시했다. (윤석열 대통령뿐 아니라) ‘이준석’식의 능력주의 태도, 여성을 비롯해 장애인까지 능력주의 운운하는 태도는 더 위험하다.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지만 이준석이란 정치가가 한 말이 저출생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유엔 ‘여가부 폐지 중단’ 권고 “국제적 망신”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 ‘자살이 많은 나라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저출생과 높은 자살률은 학업과 일자리를 둘러싼 극심한 경쟁체제와 연관이 있다. 최근 한 칼럼에서 OECD 최고 수준인 20~30대 여성 자살률을 언급하면서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은 이런 식으로는 더는 살 수 없다는 젊은 여성들의 조용한 절규”라고 지적했는데.
“우리나라 고령 남성과 청년 여성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고령층 여성보다 20~30대 여성의 자살률이 높다. 이건 비정상이다. (칼럼에서) 전혀 효과 없는 잡탕 같은 저출생 대책을 내놓지 말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포장 잘해서 잡탕 같은 대책이 나왔다. 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못 받는 사람부터 챙기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라는 의미다.”

-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최근 한국 정부에 여가부 폐지안 철회와 여가부 장관 즉시 임명을 권고했다. 국제적인 망신인데.
“프랑스와 스웨덴도 여가부 같은 조직이 있다. 프랑스는 사회연대보건부가 가족정책 역할을 도맡는다. 여성권리청도 있다. 프랑스는 우리보다 (성평등이) 진전된 국가임에도 저출생 문제도 다루지만 여성권리청도 같이 두는 구조다. 스웨덴은 사회부가 공공보건, 의료서비스, 사회복지, 육아지원, 가족지원, 일·가정 양립을 다 한다. 노동시장 담당과 성평등 담당 장관 등 전문영역별 장관을 두고 있다. 스웨덴 성평등 지수는 우리가 감히 따라갈 수 없다. 그런데도 성평등 담당 장관이 있다. 우리보다 출산율이 나쁘지 않고 성평등도 훨씬 높은 나라에서 성평등 부서를 가지고 있다. 성평등이 저출생 문제의 핵심 키워드인데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저출생 예산의 착시효과, 실효성 없고 핵심 못 짚어

- 정부는 저출생 전담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저출생·고령사회·이민정책을 포함해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 폐지를 시도하고 여가부 장관을 공석으로 두면서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인데.
“만들지 마라고 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포인트는 어떤 기능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이냐다. 현재도 저출생부(인구전략기획부) 기능이 교육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로 나뉘어 있다. 그들 업무를 다 빼앗아 올 것인지, 사회부총리 한다고 다 조율될지 의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예산 수립·편성·관리 등 무자비한 권한을 휘두르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모든 예산권을 쥐고 통제한다. 특별회계든 뭐든 기재부가 모든 단계에서 개입할 것이다. 조율 기능만 하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다를 바 없다. ‘저출생 예산’이라 부르는 것도 참 애매하다. 제발 깊은 고민 후에 만들면 좋겠다.”

저출생 예산의 경우 ‘착시효과’가 크다. 지난해 저출생 대응에 투입된 예산 47조원 중 저출생과 직결된 예산은 절반가량인 23조5천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예산(23조5천억원) 대부분은 저출생 대응에 관한 국제비교 기준이 되는 가족지출에 포함되지 않는 주거지원 예산(21조4천억원)이 차지한다.

시스템 놔두고 문제 생기면 반창고 붙이기 반복
‘혼외출산’ 등 가족개념 확장 외면하면 답 없어

- 이번에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서 빠진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가장 중요한 성평등 이슈가 저출산 대책 50쪽짜리 자료 뒷부분에 찔끔 언급됐고, 여가부 이야기는 아예 없다. 성평등 정책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노동자가 이렇게 길게 일하는 상황에서 집안일은 누가 하나. 그 이야기는 하나도 없이 늘봄학교만 말한다. 아이를 밤 8시까지 학교에 잡아둔다고? 저출생 문제는 우리 사회 시스템 문제인데 시스템 자체를 손보기보다 그 시스템으로 문제가 생기면, 예컨대 늦게까지 일하면 아이를 늦게까지 봐준다는, 반창고 붙이기식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육아휴직 개선책이 일부 나온 것은 진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여기서도 비정규직·프리랜서·플랫폼·자영업자 대책은 나중에 만들겠다고 했다.”

- 정상가족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입양을 활성화할 게 아니라 가족 개념을 넓혀야 한다. 서구에서는 50% 이상이 혼외출산이다. 법제도적으로 가족 개념을 넓히지 않으면 출산율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청년층의 의식이 얼마나 급격히 변하는지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나. 이제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한다. 지금의 출산율을 만든 성평등하지 않고 이중화된 노동시장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한계는 명확하다.”

- 주거 지원도 저출생 대책 중 하나다. 주요하게 신혼·출산 가구의 경우 주택을 우선 분양받을 수 있도록 주택구입·전세자금 대출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가장 강한 기득권이 토건 세력이다. 저출생 대책에까지 파고든 게 아닌가 한다. 어떤 나라도 주거 관련 대출을 저출생 대책이라고 내놓지 않는다. 왜 혼인하자마자 집을 소유해야 하나. 정부는 신혼부부를 위해 해주겠다는 좋은 의도일 수 있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아기를 낳으려면 집이 있어야 한다는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비싼 집을 사려는 사람은 소득 상위 또는 중간 이상일 경우가 많다. 그들은 굳이 대출을 안 해줘도 결혼한다. 문제는 대부분 결혼하지 못하는(또는 안 하는) 사람은 소득 하위층 남성이거나 성차별이 싫은 고학력 여성이다. 왜 집에 집착하나. 집 때문에 못한다? 집 살 정도의 형편이 안 되면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는다는 편견만 강화할 뿐이다.”

고용불안·성차별 없는 ‘성평등한 노동시장’ 과제
 노동시간 단축·좋은 일자리 대책 왜 없나

- 결국은 성평등한 노동시장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가 성평등하지 않으니 남성은 이래야 하고 여성은 이래야 하고 이런 생각에만 몰두해 결혼을 꿈꿀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지도자는 우리 사회가 성평등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평등한 노동시장을 통해 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 저출생 대책으로 ‘성평등한 노동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시작 중 하나가 노동시간 단축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주 4일제나 주 35시간제 같은 노동시간 단축이 선행되고 노동시장 양극화, 직장문화 개선 등 제도와 문화가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노동시간 단축 조짐은 대기업에서 보이고 있고,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그것도 역시 대기업만 그렇다. 중소기업은 지불능력이 없다고 하고, 자영업자는 수가 많은데도 지원대상이 아니다. 5명 미만 영세업체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도 제대로 안 된다. 영세업체는 초단시간 노동자와 초장시간 노동자가 둘다 많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그것만으로 먹고 살 수가 없으니 여러 개의 초단시간 일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문제와 함께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출산율 1위 세종시가 주는 시사점 ‘고용안정’
대통령실 이전·기본소득 등 상상력 발휘해야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 지난해 광역지자체 합계출산율을 보면 서울이 0.55명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고, 세종시는 0.95명으로 가장 높다. 세종시는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이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주택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낮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런 우수한 돌봄환경 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동의한다. 그런데 세종시 가장 큰 특징은 여성 공무원도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공무원이면 아이를 두 명 이상 낳는 것도 가능하다.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원인 중 하나가 경력단절이다. 안정적인 고용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 지방소멸 문제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세종시 사례가 지방균형발전과 저출생 대책 차원에서 어떤 시사점을 줄까.
“지방균형발전이다. 낙후된 지역에 청년이 가서 일자리를 찾고 지원해 주면 어떨까. 집값도 훨씬 싸지 않나. 기본소득을 전국에서 못한다면 특정 지역에서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 대통령실과 국회를 행정수도 세종시로 옮긴다면 지방소멸을 막고 저출생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까.
“외교부만 놔두고 천천히 옮기는 데 찬성한다. 시험서열 사회라는 이상한 관념과 맞물린 서울중심주의 위계를 깨야 한다. 결국 대학들도 지역으로 내려가게 된다. 대학들이 서울에 몰려 있으니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정도는 수반해야 변화가 생길 것이다.”

- 지금의 저출생과 인구소멸 위기는 성장 패러다임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저출생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이유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징병이 줄어들기 때문 아닌가. 저출생 문제는 더 이상 이런 식의 접근으로는 안 된다. 이미 너무 많이 줄었다. 한 해 신생아가 20만명밖에 안 된다. 여성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고,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고,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 속에서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인구 문제를 도구화해 돈 주면 해결된다는 태도로 나아가고 있다. 남북한 통일도 해법 중 하나일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을 했으면 한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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