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사내협력업체 직원을 정규직 채용하겠다고 하면서 전제조건으로 불법파견 소송 취하를 내건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지난 2일 금속노조와 한국지엠 사내하청노동자 15명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한국지엠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소송이 이어지고 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나오자 한국지엠은 2022년 발탁채용을 추진했다.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직접공정 중 KD공정·도장공정·차체공정·조립공정·품질공정에 한해 조건을 수용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다. 한국지엠이 내건 조건에는 소 취하서 및 부제소 확약서 작성을 포함해 근속기간 40~50%만 인정, 각종 복리후생 불이익 감수, 미지급된 소급 임금차액 포기 등이 담겼다. 대상자 260명 중 243명은 발탁채용됐고 17명은 조건을 거부했다. 이들 중 15명이 소 취하서 및 부제소 확약서를 쓴 하청노동자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나머지를 작업에서 배제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모두 사측 손을 들어줬다.
소송 쟁점은 원청이 부당노동행위 사용자가 될 수 있는지, 소 취하서 제출 등을 조건으로 정규직 채용을 제안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한국지엠이 부당노동행위 사용자에는 해당하지만 발탁채용 문제가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한국지엠은 15명의 근로조건을 정함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행사해 그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정한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금지 의무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것이었음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자료는 없다”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발탁채용 조건으로 제시한 내용은 근로자들이 최종적으로 승소했을 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러한 조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발탁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조합원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선별 공정에서 근무하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됐으므로 조건 제시가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결과적으로 원고 근로자들(15명)이 실직하게 됐거나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의 내부 갈등이 초래됐다고 하더라도 금속노조나 지회의 조직과 운영 및 조합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켰다고 볼 만한 객관적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