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중견 3사인 한국지엠·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쌍용자동차)와 전후방산업체가 내수가 메마르면서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부품사와 판매대리점·정비사업체를 포괄하는 공급망 연석회의를 꾸려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속노조와 양경규 정의당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중견 3사 자동차산업 공급망 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현재 자동차산업은 변혁기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늘어나는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올해 1분기 기준 완성차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 증가했고 수입은 26.4%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견 3사의 내수는 극단적으로 낮다. 이 원장은 “세계 자동차 생산이 올해 2~3% 증가할 전망이나 국내는 한국지엠을 제외하고는 부진하다”고 말했다. 부품사도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부품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시장규모는 2022년 1조830억달러에서 2030년 1조6천23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국내 자동차 부품수출은 전문인력 부족과 취약한 연구개발 역량, 주요국 규제 동향분석 능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다.
현대·기아차 납부 부품사 매출, 중견 3사 약 3배
완성차 중견 3사와 이들의 부품사 위기는 더 크다. 2022년 자동차산업편람 기준 국내 1차 협력사 가운데 현대·기아차에만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은 170곳, 중견 3사 전속 부품사는 252곳, 현대·기아차와 중견 3사에 모두 납품하는 부품사는 200곳, 기타 전속 부품사가 82곳이다. 현대·기아차와 중견 3사 전속 부품사의 매출 격차는 크다. 현대·기아차 전속 부품사 10곳과 중견 3사 전속 부품사 10곳의 지난해 기준 매출 총액은 각각 5조4천228억2천만원, 1조7천983억9천900만원으로 약 3배 차이가 난다. 이는 단순히 부품사의 역량 차이가 아니라 현대·기아차에 납품함으로써 생기는 프리미엄이라는 분석이다. 홍석범 노조 노동연구원장은 “양쪽 납품사 그룹의 매출을 비교하면 현대·기아차쪽 납품사의 프리미엄이 2014년 83%에서 지난해 235%까지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제품을 납품하더라도 현대·기아차에 납품할 때 훨씬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정부의 각종 산업정책에서 중견 3사와 부품사가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원장은 “정부가 2020년 10월 발표한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 정책은 2022년까지 100개 부품사를 발굴해 지원하고 2030년까지 누적 1천곳을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내용으로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2020년 이후 사업재편을 승인받은 기업은 73곳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56곳은 현대·기아차 전속 부품사이거나 현대·기아차와 중견 3사에 모두 납품하는 부품사”라고 설명했다. 중견 3사 전속 부품사는 16곳에 불과해 자생적인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정부 정책 배제된 중견 3사 ‘공급망 공동대응’ 모색
홍 원장은 “현대·기아차와 전속 부품사는 이미 높은 전환역량을 갖춰 사업재편 승인제도를 통해 미래차 체제로 진입한 비율이 중견 3사와 비교해 높다”며 “미래차 전환을 위해서는 중견 3사 전속 부품사를 포괄하는 정책이 전제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부품사만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 지원보다 공급망 안에서 중견 3사와 부품사의 동반 성장과 전환이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서는 공급망 차원의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한국지엠 공급망 연석회의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총선에 앞서 동반성장 공급망 토론회를 개최하고 판매대리점과 정비사업자, 부품사, 연구법인 현황을 공유했고 이달 중으로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안규백 한국지엠지부장은 “공급망 내 실사를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완성 3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완성차뿐 아니라 공급망 내 공동의 노력을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수탈’ 당하는 중견 3사 “정부 산업정책 어디 갔나”
외국계기업 문제풀이도 요구되는 대목이다. 현재 KG모빌리티는 한국 자본이지만 직전까지 상하이와 마힌드라 등 외국계 자본에 인수돼 고초를 겪었던 쌍용자동차 후신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악조건 속에서도 중견 3사가 모두 영업이익을 내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나 그나마도 이윤이 나면 모조리 모기업이 수탈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산업은행이라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개입할 수 있음에도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