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둘러싸고 의사단체와 정부 모두 갈팡질팡하고 있다.
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한의사협회 리더십 교체와 관련한 갈등이 지속됐다. 이날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활동 기간은 4월30일까지로 길지 않은 시간”이라며 “의료계의 분열을 노리는 다양한 활동이 감지돼 염려된다”고 말했다.
당선인-비대위장 의료대란 목소리 달라
이는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의 비대위 조기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의협 인수위는 8일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원장직을 최근 회장직 선거에서 당선한 임현택 당선인이 맡겠다고 비대위에 공문을 보냈다. 의대 정원 감원까지 강조한 임 당선인과 비대위 활동이 배치된다는 이유다.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전면에 선 전공의들과도 혼선을 빚고 있다. 의협 비대위가 최근 총선 직후 의료단체와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합의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전공의협의회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토정서가 흘러나오는 등 의료계 내부의 갈등이 표면화하는 분위기다.
이런 갈등은 정부와의 대화채널 마련을 위한 요구안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2월19일 사직서를 쓰고 이튿날부터 출근을 거부해 이른바 ‘의료대란’ 중심에 선 전공의들은 여전히 2천명 정원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의대 교수들은 증원은 하되 규모를 조정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개원의 중심의 의협은 아예 논의 자체를 1년 유예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 1년 유예 “검토” 하루 만에 “계획도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규모를 둘러싸고 ‘원보이스’에 애를 먹고 있다. 1년 유예 요구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8일 정부 브리핑에서 “내부 검토는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날 오전 대통령실은 “1년 유예는 검토도 계획도 하지 않는다”며 말을 뒤집었다. 박 2차관의 발언이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었거나 입장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가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발언을 ‘해석’하는 촌극을 빚은 게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내내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며 2천명 정원 증원 당위성을 강조해 사실상 대화의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그러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방송에 출연해 “2천명은 절대적 수치 아니다”며 조정 가능성을 강조했다.
무급휴가 일주일인데 다른 병원 업무보라고?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새로운 의료정책을 내놓아 또 다시 현장 혼란을 가중하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복지부는 비공개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열고 병원 경영이 어려워 무급휴가를 강요받는 상급종합병원 간호사를 환자가 몰리는 종합병원으로 파견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병상 가동률과 초진율 등이 곤두박질치면서 경영난을 호소하자 내놓은 대책으로 보인다. 대학병원 등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은 병동 폐쇄와 간호사 무급휴가 강요 등으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줄이기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선 병원마다 무급휴가 기간이 일주일 남짓으로 길지 않고, 연달아 쓰더라도 2주를 넘기지 않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다른 병원으로 옮겨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인건비 문제도 남는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임금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보전이 필요한데 이를 상급종합병원이 책임지기도, 종합병원이 책임지기도 어렵다. 정부 명령에 따른다면 정부가 부담해야 하지만 이미 건강보험 재정을 상급종합병원 운영 보조에 투입하는 상황에서 인건비 보조까지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간호업계에서는 “현실적이지 않은 주먹구구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