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을 중심으로 잇따라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무급휴직 장기화나 임금체불 현실화를 우려하는 병원노동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의료노련 주최 기자회견에서 윤수미 인하대병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병상가동률이 50%가량 떨어지고 수술 건수 감소로 간호사 상당수는 휴가를 강요받고 있고, 병동 폐쇄로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병원장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 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측은 ‘자발적 신청’이라는 점을 내세워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공의 이탈로 인해 ‘빅5’ 병원들은 잇따라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지난달 15일 비상운영체제를 가동한 서울아산병원은 적자가 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전날 소속 교수들에게 적자가 511억원이 났고 정부 보전은 17억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서울대병원은 이달 2일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올해 배정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모두 세부 기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임금체불 우려마저 나온다.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에서 이혜련 서울상계백병원지부장은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이미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가게 하고 곧 임금이 체불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현 사태가 더 지속된다면 병원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고,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들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병원 노사 임금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태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병원측은 이전에도 적자경영에 따른 인건비 절감을 주장해 왔는데 이러한 주장을 더 강하게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병원노동자들은 전공의들의 조속한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의료노련은 “전공의들이 조건 없는, 즉각적인 현장 복귀를 촉구한다”며 “연맹은 국민과 의사단체의 협의체에 적극 동참해 합리적인 사회적 협의를 위해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도 “지금 즉시 의사와 정부 모두 올바른 의료개혁과 의료체제를 세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라”며 “의사는 지금 즉시 복귀해 환자의 절망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