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하는 돌봄전담사·급식실 조리실무사 등 비정규 노동자들이 31일 일손을 놓는다. 신학기 파업은 사상 처음이다. 임금체계 개편 협의체 구성을 두고 노사 간 입장차가 큰 탓에 갈등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개월의 장기간 교섭에도 2022년 집단 임금교섭은 타결이 아닌 총파업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는 어떠한 비정규직 차별도 거부할 것이다. 이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다면 31일 파업 투쟁을 가열차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대회의 “임금체계 개편 협의체 구성하자”
사용자 “협의는 하되 협의체 구성은 어려워”
임금체계 개편 협의체를 두고 노사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지난 23일 사용자측이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임금체계 개편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는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용자측은 2022년 임금교섭을 마무리하고 3개월간 사측 내부 논의를 진행한 뒤 7월부터 노사 양측이 두 차례 협의를 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협의는 하되 협의체 구성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요약된다. ‘임금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협의한다’는 수준으로 나아갔지만, 협의를 두 차례로 제한하는 등 여전히 연대회의 요구안에는 미치지 못한다.
교육공무직 임금체계는 영양사·사서 등이 속한 1유형과 조리사·돌봄전담사 등이 속한 2유형으로 나뉘어 있다. 1유형은 기본급 206만8천원이고, 2유형은 20만원 적은 186만8천원이다.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임금체계를 하나로 통합하고 최저임금 기준 월 산정액으로 기본급을 책정해 상향 평준화하자는 게 연대회의 요구다. 당장 단일화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해 연대회의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이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임금인상에 대해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용자측은 기존안 3만5천원에서 3만8천원(1유형 대비 1.8% 인상) 인상안을 제시했다. 연대회의는 월 5만5천840원(2.7% 인상)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근속수당 인상 폭(급간액)은 연대회의쪽은 기존 3만9천원에서 3만9천900원으로 확대를, 사용자측은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복리후생수당 차별 해소도 요구한다. 명절휴가비의 경우 공무원이 기본급의 60%를 두 번 지급받는 데 반해, 교육공무직은 140만원 정액으로 정해져 있다. 정규직과 같은 인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면 일정 기준(2유형 기본급의 100%)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지급하라는 게 연대회의 입장이다. 사용자측은 연 140만원에서 160만으로 인상을 제시한 상태다.
“폐암 산재 정부 대책은 임시방편, 인력충원 시급”
학교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학교 급식실 폐암산재 대책도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15일 ‘학교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근본 대책인 인력충원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연대회의는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지나치게 많은 식수를 담당하다 보니 조리흄 같은 발암물질에 노출되기 쉽고, 산재사고에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해 왔다.
연대회의는 △1명당 식수인원(배치기준) 하향 표준화 및 인력충원 계획 마련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절차 표준화 방안 마련을 중장기 대책으로 요구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노조가 참여하는 학교 급식실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정기협의체도 구성·운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이번 파업도 지난해 11월 파업에 참여한 8만명 규모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임금 지급일이 지난 데다 최근 폐 CT 검진결과가 발표되면서 현장의 불만과 요구가 지난해보다 크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다. 파업 당일 교육공무직본부와 여성노조는 지역별 시·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서울·경기·인천 소속 조합원들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서울시청까지 행진한 뒤 시청 근처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