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장부를 둘러싼 노정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국고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조합비 세액공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런 내용의 종합대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언론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보고는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자리에서 일부 노조의 회계장부 공개 거부상황을 보고받고 노동부에 종합대책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국고보조금 지원배제·부정적발시 환수
이정식 장관은 “회계장부 비치결과를 미제출한 노조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대응할 계획”이라며 “즉시 14일간 시정기간을 부여하고 미이행시 과태료 부과, 계속 보고하지 않는 노조에는 현장조사를 실시, 거부·방해·기피하는 경우 과태료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노동단체 지원사업에서 올해부터 회계법령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노동단체를 배제하고, 전체 보조금에 대해서는 면밀히 조사해 부정적발시 환수하는 등 엄정조치할 것”이라며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노조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과 노조회계공시시스템을 차질없이 구축하는 한편 국제기준에 맞춰 조합원 열람권 보장, 회계감사 사유확대 등 전반적인 법제도 개선방안을 3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16일 유효한 점검 대상 327곳 중 회계장부 표지·내지 각 1쪽을 모두 제출한 노조는 36.7%(120곳)이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207곳(63.3%)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노동개혁 출발은 노조회계 투명성”
이 장관은 이번 조치는 노동개혁 일환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노조법 14조(서류비치등)에 따라 노조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데 내지 한 장도 안 낸다는 것은 제도 취지와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에 대한 현장조사와 그에 따른 과태료 부과의 근거에 대해서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을 내세우면서 “노동관계법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밝혔다. 스스로도 현재 정부의 조치에 대해 법적 근거가 미비함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노동기본권은 법을 지키면서 한 부분에 대해 보장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투명성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회계와 국고보조금 문제는 별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익법인은 공시와 기부금에 대한 다양한 근거서류를 제출하는 것을 전제로 세액공제를 하지만 조합비에 대해서는 그런 게 없다”며 “국고보조금은 국민혈세가 들어간 만큼 더 엄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개별 조합원까지 적으로 돌려”
윤 대통령의 의지 역시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노동부 보고에 앞서 한덕수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노동개혁 출발점은 노조 회계 투명성”이라며 “국민혈세 수천억원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노조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고는 공정한 노동시장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기득권 강성노조 폐해의 종식 없이 대한민국 청년미래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노정관계와 노사정 대화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국고지원 중단시) 전국 19개 지역상담소 상담원 인건비가 문제가 되고, 세액공제 규모는 종교단체가 더 큰데도 노동자 조합비 세액공제를 없애겠다고 한다”며 “수많은 개별 조합원들마저 정부의 적으로 돌리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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