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조활동 부당개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정부가 노조탄압을 위해 행정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범위를 벗어난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하고, 노조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남발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3대 부패 좌표찍기는 노조의 기본 토대인 자주성을 위협하고 있고 노사 자율로 체결한 단체협약과 노조의 자주적 규약·결의처분을 시정명령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노동은 인격권에 포함된 것으로 특별히 노동관계법으로 규율한다는 원칙이 노조에 총공세를 벌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붕괴했다”고 비판했다.

노조 회계장부 비치·존재여부 확인은
“정부 점검 아닌, 조합원 민주적 참여 취지”

민주노총은 최근 고용노동부가 요구한 노조 회계장부 비치를 ‘법대로’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노동부가 자율점검을 요구한 민주노총 대상 노조 67곳 중 탈퇴나 산별전환, 해산 등으로 민주노총에 속하지 않은 6곳을 제외한 61곳 노조의 자율점검결과 제출을 조사한 결과 60곳이 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자료를 민주노총 지침대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법 14조와 노동부 요구에 따라 △자율점검결과지 △서류 11종 비치 및 보관사진 △11종 서류의 표지다.

노동부가 요구한 내지에 대해서는 위법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속표지를 촬영해 전송하라는 요구는 (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난) 부당요구”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내지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현장 조사를 운운하고 있지만 노동부가 자율점검 목적으로 노조법 14조에서 정한 서류의 비치 및 보존 여부 확인을 제시한 만큼 그 결과도 해당 조항 이행여부 확인을 위한 서류제출 요구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조법 14조는 조합원에게 집행부의 재정 운영에 민주적으로 관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취지”라며 “법률 취지를 넘어선 노동부의 행정은 ‘몰카 행위’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이어 최근 집단탈퇴 관련 노조의 규약을 시정하라는 정부의 요구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노조 규약에 문제가 있다면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판단해 시정해야 하는 대목이지 행정기관이 먼저 나서 가부를 정하고 시정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런 방식은 정부가 노조 운영에 개입하겠다는 셈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관련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동부는 금속노조 집단탈퇴를 결의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임원을 노조가 제명한 것을 두고 집단탈퇴를 금지한 노조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단탈퇴 금지 규약 시정명령, 판례에 위배”

박경선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산별노조의 하부단위인 기업단위 지부·지회가 조직형태 변경(집단탈퇴 등)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이 있거나 독자적 규약과 기관을 갖고 독립단체로 활동해 노조에 준하는 지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산별 단일노조로 노조법상 단체교섭 권한이 모두 금속노조에 있기 때문에 독립단체로 운영하지 않는 지부·지회의 집단탈퇴 금지 규약은 대법원 판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런 시정명령을 시도하는 것은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산별노조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정부의 시정명령에 따른 논란과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노동위원회에서 다룬 시정명령 사건은 71건이다. 민주노총은 “5월 이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정부에 재차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개토론을 제안했고 최근 내방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 위원장이 재차 공개토론을 요구했다”며 “거짓공세를 그만하고 떳떳하게 국민들 앞에서 검증받자는 제안에도 용산 대통령실은 답변 없이 노조 때리기에만 여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남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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