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가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건설기계 체불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건설사가 건설기계를 대여해 공사를 진행하고도 불법으로 체불한 대여료(인건비)가 18억3천267만원에 달했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도 체불액이 2억5천557만원이다. 그러나 불법을 해소하겠다면서 건설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건설노조를 조폭에 비유하며 “반드시 도려내야 할 현장의 독”이라고 혐오성 발언을 쏟아냈다.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체불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원 장관이 지속해서 불법해소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건설현장의 대표적인 불법행위인 건설기계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단호히 나서라”고 강조했다.

건설노조 67개 현장 조사, 18억3천만원 체불
국토부 7천800만원 미지급

노조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건설기계 임금체불을 조사한 결과 67곳의 현장에서 18억3천267만원이 체불됐다. 조사내용 가운데 가장 체불이 오래된 사례는 2019년 7월부터 체불이 이뤄진 삼창산업 골재채취장이다. 불도저를 임대해 공사를 진행하고도 노동자 임금을 포함한 임대료 86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건설현장 불법 타파를 강조하는 정부와 공공기관 같은 공공부문 발주공사에서도 체불액이 2억5천만원을 넘겼다. 특히 원 장관이 지휘하는 국토부가 발주한 사업장에서도 무려 7천769만원이 체불됐다.

장옥기 위원장은 “일을 시키고 돈을 주지 않는 이런 게 불법이지 않느냐”며 “발주처가 정확한 금액으로 발주하고 원청이 제대로 일해야 함에도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업체 부도로 노동자가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가 파탄 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기계대여금 지급보증에도 제도개선은 요원
원희룡 장관 건설현장서 또 “노조는 조폭, 용납 못해”

상습적인 체불을 막기 위해 2014년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제도도 도입했지만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체불된 건설기계대여대금을 보증기관이 대여자(노동자)에게 지급하고 채권 형태로 건설업자에게 회수하는 게 뼈대다. 제도는 기계를 빌려 일을 한 뒤 6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할 때 체불액으로 본다. 하지만 지급보증회사가 설정한 건설기계대여대금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보증하지 않는다. 보증기간(60일) 이후에 발생한 체불은 지급보증회사가 보상할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약관도 존재하기 때문에 체불금액 전액을 보장받기 어렵다. 노조는 이런 방식의 제도 허점을 고치고 보증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노조에 불법딱지를 붙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날 원 장관은 창원시 행복주택 건설현장에서 “노조가 기득권을 갖고 (장비) 공급을 끊는 횡포를 부린다”며 “노조를 앞세워 조폭식으로 돈을 뜯는 것을 헌법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비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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