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연구활동가

지난해 12월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에 해당하며 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레미콘 운송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공표했다. 특수고용직 노조를 공정위가 ‘사업자단체’로 판단한 최초의 사건이다. 공정위가 노동기본권을 부인한 건설 특수고용의 현실부터 짚어 보자.

레미콘 운송기사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 건설사 중장비부서 소속 근로자인 적도 있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인사업자’로 전환됐다. 개인사업자라는 허울 아래 저임금·장시간·위험 노동에 시달리던 이들은 2001년부터 노조를 조직했다. 2001년 건설운송노조, 2003년 덤프연대 결성이 이어졌고 2007년에는 건설노조가 출범하면서 건설기계분과로 조직을 재편했다.

지난 20여년간 투쟁으로 건설현장은 조금씩 바뀌어왔다. 일요일 휴무제 쟁취,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기준 노동시간을 1일 8시간으로 정한 표준계약서의 확산, 임금(임대료) 체불 방지를 위한 조례의 확산, 산재보험·고용보험의 적용 등은 모두 건설노조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공사현장이 사라지면 일자리를 잃는 건설업 특성상, 여타 노동조건의 전제가 되는 고용불안은 근본적 위험으로 남아 있다. 노조는 조합원 고용을 요구하며 원·하청을 상대로 단체교섭, 집회, 노무제공 거부 등 단체행동을 조직해 왔다.

이번에 공정위는 부산건설기계지부가 노조 여부와는 별개로 조합원들이 건설기계를 소유하고 건설기계대여업자로 등록된 사업자이므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라고 판단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지난 20여 년간 노조로 단결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한 현실을 외면하고, 건설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조로서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 등 행정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역사도 무시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명박 정권하 노동부가 건설노조에서 특수고용 조합원을 배제할 것을 요구한 사건을 다루면서, 건설·화물 특수고용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할 것을 2011년부터 한국 정부에 권고해 왔다. 이번 공정위 명령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ILO 87호·98호 협약을 또다시 위반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비롯해 윤석열 정권의 노동 3권 억압 전략의 한 부문으로 볼 수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조직한 노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것을 불법이라 낙인찍으며,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뿐만 아니라 공정위를 동원한 행정벌까지 부과하는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을 ‘강자’ ‘불법단체’로, 이들의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대기업·원청은 ‘약자’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기만적 이데올로기이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914년 미국 클레이튼법은, 독점금지법과 같은 경쟁법은 노동단체(labor organizations)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왜냐면 인간의 노동은 상품이 아니며, 노동자의 노무제공을 상거래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1919년 출범한 ILO의 헌장에도 명시됐다. 이후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돼야 한다는 ILO 기본협약으로 구체화됐다.

경쟁법을 동원한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의 진짜 문제점은 독점기업의 권력이 낳는 문제로부터 주의를 돌리게 만든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케임브리지대학의 저작(The Cambridge Handbook of Labor in Competition Law)의 한 구절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대기업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렵다. 클라리넷 연주자나 청소노동자를 고발하는 것이 유혹적이며 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노동을 공격하려는 경쟁당국은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왜냐면 그들은, 그들이 고용된 진짜 직업 영역에서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권연구활동가(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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