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결국 영구독재의 길로 나아갔다. 그는 정부를 대표하는 국가주석 자리에 세 번 연속 올랐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상무위원회까지 장악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은 공산당 독재체제이지만, 당 내부에서는 권력 교체가 활발했다. 내부 경쟁을 통해 일당 독재의 부작용을 완화했던 셈인데, 시진핑 이후 이조차 사라졌다. 이제 ‘시 황제’의 시대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중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것일까? 그의 목표는 압축적으로 말해 ‘반(反)세계화’다.
세계화는 냉전 이후 국제 질서로, 자본의 이동과 권리를 세계적 규모에서 보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합의한 금융·무역 거래 규칙이 국제질서의 기반이 됐다. 당연히 이 질서는 냉전의 승자였던 미국이 주도했다.
1980년대부터 개혁·개방에 나선 중국은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했다. 그리고는 세계화 한복판에 뛰어들어 순식간에 ‘세계의 공장’이 됐다. 따져 보면 중국은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크게 입은 나라였다.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지난 40년간 자그마치 9배가 증가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화 질서의 중심축이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의 저가 상품을 수입해 저물가를 유지하면서 금융 팽창에 유리한 저금리 정책을 펼 수 있었다. 중국은 무역흑자로 번 달러를 미국 금융시장에 재투자했고, 미국은 그 덕분에 맘 놓고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키우면서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절대권력을 손에 쥔 시진핑은 이런 세계화를 뒤집으려 한다. 그는 10년 전부터 미국의 하위 파트너가 아니라 ‘중화민족’이 주도하는 세계를 강조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시진핑이 강조하는 마르크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마르크스는 토대(경제)와 상부구조(정부 또는 제도)의 모순이 기존 질서를 지양하는 변화를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중국이 딱 그런 상태다. 토대(1인당 소득과 G2 경제)에 적합하지 않은 상부구조(독재와 관치시장) 탓에 모순이 폭발 직전이다. 세계를 여행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국민들이 자국에만 돌아오면 인터넷까지 검열을 당하는 억압에 마냥 침묵할 리 없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릴 정도로 커져 버린 경제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업마저 당의 지침에 따라야 하니,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리 없다.
시진핑의 선택은 ‘모순의 지양’은 아니다. 그는 모순 자체를 억압하려 한다. 독재로 시민의 입을 봉쇄하고, 세계화에서 벗어나 관치경제(국가자본주의라고도 부른다)가 표준이 되는 경제블록을 만드려 하니 말이다. 시진핑이 건재한 이상 이전 같은 세계화는 유지될 수 없다. 미국은 이미 수년 전에 판단을 내렸다.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중국은 세계화의 파트너에서 ‘전략적 경쟁’ 대상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이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세계화에서 이탈하는 중국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 한국의 대중국(홍콩 포함) 수출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수입 비중은 20%에 이른다. 중국이 세계화 훈풍을 타고 성장하지 않았다면,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의 고도성장이 없었다면 한국 경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서 성장하기 어려웠다. 중국은 지난 20년의 한국경제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노동시장에서 보면, 중국의 성장은 복합적 효과를 발휘했다. 우선 한국 경제의 부스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일자리 증가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다만 제조업 공장이 대거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괜찮은 제조업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고, 중국의 저임금 제품·노동력과 경쟁하느라 한국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더뎌졌다. 특히 경쟁에 직접 노출된 중소기업에서 임금의 하방 압력이 커졌다. 이런 식으로 2천년대 좋은 일자리 비중의 감소는 중국의 세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는 북미와 서유럽 선진국들에서도 나타나는 세계화의 부정적 효과 중 하나다. 한국은 엄청난 크기의 경제를 가진 중국과 밀접했던 만큼, 그 효과 역시 상대적으로 더 컸다.
중국의 반세계화 정책은 한국 경제의 성장 속도를 낮춘다. 일자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중국으로 간 제조업체 일자리가 국내로 돌아온다면 이 영향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국에서 팔려면 미국에서 만들라는 전기차 세제 혜택 논란에서 볼 수 있듯, 세계화 퇴조와 함께 리쇼어링(국내 복귀) 정책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내수 시장이 크지 않아 미국 같은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다.
제조업 리쇼어링이 가능하려면, 중국보다 높은 임금을 상쇄할만한 생산성 우위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한국 경제가 저임금 경쟁력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고 봐야 한다. 적극적인 자본 투자, 인적 자본의 축적을 질적으로 혁신할 교육 개혁, 약간의 노동시장 유연화와 이에 대응되는 대대적인 사회안전망 강화 등이 필요한 때다.
아직 체감도가 낮을 수 있지만,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의 변화는 외환위기만큼이나 한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위기가 터진 뒤에 대응하면 사태 수습이 어렵다. 시진핑 정책은 지난 10년간 꽤 일관적이었고, 정치적 경쟁자가 없는 앞으로는 더욱 거칠게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반세계화는 되돌릴 수 없다. 한국의 대응책 수립이 시급하다. 특히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적절한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한데, 정부나 노동계나 의지가 보이진 않는 것 같다. 세계는 격변하는데, 한국만 천하태평인 것 같아 걱정이다.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저자 (jwhan77@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