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이 13일로 7일차를 맞았다. 지난 12일 열린 4차 교섭이 결렬되면서 파업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화주·화물연대본부가 참가한 4차 교섭에서 합의에 이르렀다가 국민의힘의 반대로 교섭이 결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업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손실에도 여당이 중재는커녕 되레 판을 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화물연대·국토부 의견 모아
“공동성명서 발표 시점만 남긴 상황에서 여당이 반대”

1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4차 교섭에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에 관해 국토부와 화물연대본부는 입장을 모았으나 국민의힘 반대로 4자 합의가 무산돼 교섭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3차 교섭에서 화물연대본부·여당·국토부·화주단체 4자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품목 확대 적극 논의 약속’에 합의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안전운임 일몰조항 삭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당의 동의가, 제도를 정착시키려면 화주단체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어 4차 교섭에서는 4자가 명시된 합의서를 발표하기 직전에 이르렀지만 국민의힘이 합의서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교섭이 파행됐다. 국토부가 화주단체와 국민의힘을 제외한 합의를 제안한 데다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품목 확대 논의’라고 적힌 후퇴 안을 들고 왔기 때문이라는 게 화물연대본부 설명이다.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는 “국토부와 화물연대본부 양자만 합의서에 이름을 올릴 경우 기존 논의보다 진척된 안이 필요한데 국토부가 후퇴안을 들고 와 합의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화물연대본부 주장을 반박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협상 당사자는 화주와 화물연대이고 정부는 조정역할”이라며 “우리는 협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개입을 부인한 상태다. 국토부와 한국무역협회는 “실무협의 과정에서 협상이 중단된 것”이라며 “화물연대가 공개한 내용은 최종 합의 내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교섭 파행의 책임을 두고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역할을 방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4차 교섭 결렬에 대해 사죄하고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라”며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이 사안에 대한 해결과 책임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택배 사회적 대화’이끈 민주당, 국민의힘은?
국민의힘, 안전운임제 논의·입장 사실상 없어

지난해 택배노동자의 연이은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자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꾸려 택배단체·노조·소비자단체 등을 중재하며 두 차례에 걸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파업 사태에서 당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여러 차례 “안전운임제 연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안전운임제 폐지하는 것은 영구입법화인데 이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일몰제 시한을 연장해 성과를 측정하는 부분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 내부에서는 안전운임제를 언급하는 것조차 어려워 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논의가) 시급하지만 (입장을 낼 경우) 한쪽에 기울어진다는 생각을 줄 수 있다”며 “노사가 자율로 협상하도록 두고 보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을 두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

여당이 이처럼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사이 사회적 손실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파업이 진행된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석유화학·철강·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 1조5천868억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했다. 국토부도 “철강·타이어·시멘트·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출하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생산 중단이 점차 가시화한다”며 “시멘트의 경우 평소 대비 출하량이 급감해 일부 레미콘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부는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대체운송수단을 지속 투입 중”이라며 ‘엄정 대응’입장을 고수했다. 경찰도 부응한다. 공공운수노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연행된 화물연대본부 조합원은 총 62명으로 2명이 구속됐고, 15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 서울본부·광주지역 15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각각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와 광주 서구 국민의힘 광주시당사 앞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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