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본부가 파업 이틀째인 8일 오후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쟁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안전운임제로 인해 물류비용이 인상됐다”는 화주단체 주장과 달리 국내 제조업·도소매업 기업들 중 0.3%만이 물류비 증가원인으로 안전운임제를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물류비 증가에 유가상승 등 다양한 원인과 배경이 있는데도 안전운임제를 운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0.3%만 “물류비 인상 원인은 안전운임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위원장 이봉주)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업을 둘러싼 화주단체 주장에 반박했다.

이날 오전 이준봉 화주협의회 사무국장(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 겸임)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잿값 급등 등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화물연대가 국민과 국민경제를 고려한 대승적 차원에서 운송거부를 철회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제도가 시행된 후에 품목별로 30~40% 운임이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품목이나 업종에 따라서 중복할증이 붙는 경우에는 70% 이상 물류비가 급등해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해외 현지 생산을 검토하는 기업도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류비 부담’은 화주단체가 안전운임제에 반대하는 핵심 근거 중 하나다. 안전운임제가 기업·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가 2년마다 조사하는 ‘기업물류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 절대다수가 지목한 물류비 상승 원인에는 안전운임제는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20년 조사용역을 발주받은 대한상의 분석에 따르면 236개 중소·대기업(18개 업종 제조·도소매 기업) 중 물류비 증가 외부요인으로 ‘정책적 제도영향(안전운임제 등)’을 꼽은 기업은 0.3%에 불과했다. 주요한 원인은 운송비 증가(44.7%)였고, 임차료·보관비 증가(19.5%), 고객의 물류서비스 요구 증가(13.1%), 유가 상승(11.2%)이 뒤따랐다. 2020년부터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것을 고려하면, 물류비 상승에 안전운임제가 끼친 영향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물류비 상승의 내부요인을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373개 기업 중 87.6%가 “매출 증가로 물류비가 상승했다”고 응답했다.

물류비 동향 조사에서는 전체 기업 중 “2019년에 비해 2020년 물류비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31%였고, “변화없다”거나 “감소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각각 30.7%, 38.3%로 70% 가까운 기업이 물류비가 증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박연수 화물연대본부 정책실장은 “안전운임제에 대한 평가는 기업이 지출하는 비용뿐 아니라 총 사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적정운임에 따른 노동시간단축 효과 등의 사회적 편익이 늘고 도로안전에 따른 사고 감소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연합회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삭제해야”
국토부 “입장 표명 고려하고 있지 않다”

운송사 단체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공제조합(화물연합회)도 이날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지속을 위한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와 전 품목·전 차종 확대 및 안전운임제 미적용 차량에 대한 인상 조치에 국회·정부·화주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화주-운송사-화물노동자(차주)’와 같이 다단계로 구성된 운송시장에서 화주를 제외한 주체들은 안전운임제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화물연합회 관계자는 “화주사가 운송계약 입찰을 할 때 최저입찰제로 진행하다 보니 운송사들은 만성적인 저운임에 시달려 왔다”며 “차주의 실제 소득이 향상한 만큼 운송사의 수입도 올랐을 뿐 아니라 저운임 구조 자체를 바꾸는 안전운임제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파업 2일차를 맞은 화물연대본부와 정부의 입장차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화물연대본부는 국토부가 일몰조항 폐지 입장을 낼 때까지 파업을 이어 가겠다는 기류다. 이봉주 위원장은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정부가 입장을 바꾸길 바랐지만 파업에 대한 탄압만 심해지고 있다”며 “8일부터 완성차 생산라인과 유통·물류까지 완벽하게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물류산업과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안전운임제에 대한 입장을 내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며 “국회 논의가 시작하면 정부가 논의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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