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동차업계 노동자 10명 중 8명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정책에 공감하고 늦어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미래차 산업 전환으로 고용규모가 감소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자동차산업이 변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결과는 국제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금속노조가 함께 조사한 결과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조사는 지난해 9월6일부터 10월14일까지 온라인 설문으로 이뤄졌다.

완성차·부품사 노동자 “내연기관 그만” 공감대 80%

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자동차·기아·남양연구소와 한국지엠 노동자 1천19명 가운데 82.1%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정책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공감 35.3%, 대체로 공감 46.8%다.

또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도입 시점을 물은 결과 82.2%가 늦어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2030년 이전 36.7%, 2030년 26.8%, 2035년 18.7%다. 2040년 이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17.8%로 나타났다.

부품사 노동자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진이 부품사 5곳 노동자 109명을 보완조사한 결과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정책에 80%가 동의했고, 2035년까지 관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76%로 집계됐다.

미래차 전환에 따른 고용위기 상황을 모르지는 않았다. 완성차 노동자 89.3%는 미래차 산업 전환으로 자동차산업 고용 규모가 줄어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고용 축소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 “인프라·재정지원” 노조에 “고용안정성 강화”

정부와 회사가 주도하는 산업전환 정책에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정부가 미래차 산업 전환 정책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고작 3.9%에 그쳤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42.4%로 가장 높았고 별로 대응 못하고 있다(26.8%), 대체로 잘 대응하고 있다(20.6%),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6.3%) 순이다.

회사 정책도 마찬가지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9%에 그쳤다. 다만 정부정책보다 긍정 평가가 높았다. 보통이라는 평가가 37.4%로 가장 높았으나 뒤를 이어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이 33.9%로 2위를 차지했다. 별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16.4%),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6.5%) 순이다.

이들은 미래차 산업 전환에서 정부(28.8%)와 노조(27.6%)가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기업(17.6%)보다 높았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미래차 산업 인프라 구축과 재정지원(33.1%)을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로 봤고, 이어 노동자의 역량강화와 고용안정성 강화(24.5%), 기업의 미래차 전환이나 경영전략 및 계획(17.9%)을 요구했다.

연구를 주관한 노조는 산별노조의 전환역량을 구축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민 노조 정책실장은 “노조의 예상보다 진취적인 결과가 도출됐지만 생산량 감축에 따른 실업과 빈곤, 고용 축소 우려는 상존했다”며 “기후위기 적응에 집중했던 방향성을 기후위기 완화로 선회해 목소리를 내라는 요구로 모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의 과제로 김 실장은 “사업장과 지역, 산업 수준의 실행방침을 마련하고 노동자 내부 인식의 통일성을 확보하면서 전환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기후환경운동 ‘적록동맹’ 시작점 되나

한편 이날 그린피스와 노조는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에 연대하겠다며 정부에 능동적으로 응답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대미문의 기후위기 시대 폭염과 혹한, 홍수와 가뭄, 태풍과 산불, 해수면 상승이 인류와 지구상 뭇생명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자연재난에 그치지 않고 감염병 확산과 물·식량 부족, 불평등과 양극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적은 사람이 더 큰 피해를 입는 기후 부정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은 심각한 경제 문제”라며 “이번 토론회는 자동차산업 노조와 그린피스가 협력한 첫 번째 공동연구이자 노동운동과 기후환경운동이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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