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진행되면서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의 대규모 실업이 예상되지만 기존 정부 정책은 고용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불안한 전환기 정책·배제된 노동 자동차부품산업 해법 찾기 토론회’를 열었다.
“일자리 잃은 노동자
불안정 노동시장으로 이동할 것”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은 산업전환기 직격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3만여개 부품 중 37%(약 1만1천개)는 전기차에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품업체 83%는 매출액이 100억원이 안 되는 영세업체로 자체적으로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단 이야기다. 이런 탓에 정부는 지난해 7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직무전환과 재배치를 통한 고용유지, 직업훈련을 통한 이·전직 준비가 뼈대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봉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직자의 직무전환과 재배치 훈련을 통해 고용을 유지한다고 하는데, 한 사업체 내에서 노동수요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며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배터리 플랙을 생산하면 가능하지만 이런 업체가 과연 몇이나 되겠나. 부품이 바뀌면 노동수요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유림 노조 기획국장은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의 이·전직 경로 또한 확실하지 않다”며 “그동안에는 바리스타 교육, 반려견 돌봄 교육 등 기존 일자리와 전혀 다른 창업 교육 프로그램이 대다수였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노동전환으로 사용하는 예산 총액은 1조385억원에 이른다.
정부의 고용유지 정책이 실패할 경우 기존 일자리에서 탈락한 노동자들은 더 불안정한 노동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연구위원은 “부품사가 사라지더라도 노동자들은 당장 일자리가 급해 어디든 취업하려 할 것”이라며 “실업률 상승이 미미할 수 있지만, 기존보다 못한 일자리로 옮겨가거나, 불안정한 노동시장으로 옮기는 것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부족한 일자리, 노동수요 높여야”
정부가 이렇다 할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현장노동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오병섭 금속노조 현대케피코지회장은 “현장 엔진부품 라인들은 생산량이 계속 줄거나 가동이 중단돼 생활임금이 축소되고, 내연기관의 신규 프로젝트가 없어 연구 일반직의 고용불안이 심화하고 있다”며 “현대케피코를 비롯한 파워트레인 부품사들은 매우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조부품 제조노동자도 위기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공조는 차내 공기를 순환해 주고, 엔진의 열을 식혀 주는 열교환으로 나뉜다. 이종성 금속노조 케이비오토텍지회 부지회장은 “실내공기 순환에 포함되는 제품군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엔진과 관련된 제품군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유림 기획국장은 “이·전직 직무전환 훈련은 노동조합이 함께하는 해외 사례를 참조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사회안전망 확대 강화로 장기 실업자 대량 발생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봉 부연구위원은 “지금 노동시장의 문제는 숙련불일치가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모자란 것이 문제”라며 “일터혁신이나 다른 정책적 해결책을 찾아 노동수요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기후위기 책임이 압도적으로 부유층과 대기업에 많음에도 정부는 이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재벌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