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공공연맹

한국에너지재단 노사가 기타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했다. 노동자 경영참여제도 중 하나인 노동이사제를 공공기관부터 적용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해 8월부터 시행하는데, 기타공공기관은 적용이 배제됐다. 노사가 관련법 미비 상황에서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자 경영참여를 이룬 터라 노동이사제 확산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사합의로 법제 허점 메워
“좋은 모델 만들겠다”

공공노련 희망노조 한국에너지재단지부는 8일 사용자쪽과 보충협약 단체교섭 1차 본교섭을 실시한 결과 노동이사제 도입에 노사가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재단에 알맞은 도입 방안을 협의하고 정관을 개정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제도 마련을 위한 논의는 상반기 내 결론을 낼 계획이다.

올해 1월 개정된 공공기관운영법에서 기타공공기관은 적용이 제외됐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뉜다. 당초 노동계는 기타공공기관도 노동이사제 도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다른 조항과 배치한다며 반대해 무산했다. 이후 기타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각 기관의 노사 합의와 정관 개정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박해철 연맹 위원장은 “연맹은 기타공공기관 가운데 최초인 한국에너지재단 노동이사제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세부 운영방안 마련부터 지원해 좋은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기타공공기관도 당연히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공공기관운영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기재부는 검토하지 않는 모습이다. 남태섭 연맹 정책기획실장은 “기재부는 법안 개정 당시부터 기타공공기관 확대 적용에 소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되레 노동이사 힘을 빼려는 시도를 한다. 기재부는 지난달께부터 공공기관운영법 시행령 개정안 마련과 노동이사제 지침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노동계 참여를 배제한 TF는 최근 논의 과정에서 노동이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혹은 노동자 과반수의 추천으로 선출된 노동이사가 선출 이후에는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이사제 안착 거스르는 기재부
노동계 “조합원 자격 유지 필요”

이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방식이다. 2016년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서울시의 ‘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는 “근로자이사는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이사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규정하는 조합원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경총은 지난달 7일 발표한 ‘노동이사제 도입시 문제점’ 보고서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14개 지자체 모두 노동이사로 선임될 경우 노조원 자격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운영법 시행령에 이와 같은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기에 기재부가 호응하는 모양새다.

노동계는 노동이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재계와 기재부 방안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안착을 어렵게 한다고 본다. 남태섭 정책기획실장은 “당시에는 법률에 노동이사 근거가 없어 조례를 만들며 불가피하게 조합원 자격을 해소했던 것”이라며 “노동이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면 노동이사제 도입 취지를 훼손하고 노동이사가 아닌 개인 경영진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부설 사회공공연구원은 이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의 쟁점과 과제’ 이슈페이퍼에서 노동이사의 노조원 자격 유지와 노동이사·노조 간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노동이사가 노조를 탈퇴할 경우 노조와의 긴밀한 협의가 어려워지고, 한두 명에 불과한 노동이사가 사측에 포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이사가 노조를 탈퇴할 경우 그 지위가 불명확해진다”며 “노동이사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노조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현행 법제는 노조의 인사경영권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노조 역할에 제약이 있다”며 “한국의 현실에서 노조의 개입이 배제되고 있는 채용·평가·퇴직·재무·공급·연구개발 영역에 노동이사가 개입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이사와 노조 간 권한 충돌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노동조건에 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노조에 보장하고, 노동이사와 노조의 협의·협력 관계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는 방안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재·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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