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연 기자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3년째 계속된 인력 미충원으로 과도한 업무가 누적되고 있다며 총장 후보들에게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생들까지 직접 실태조사에 참여해 ‘무급 1시간 조기 출근’ 등 심각한 노동 실태가 드러나면서 문제는 학내 전반의 이슈로 번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지부장 이성균)는 27일 오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년간 정년퇴직자 미충원으로 남은 노동자에게 업무강도와 업무량이 집중돼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내년부터는 업무재배치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결원 보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감축

덕성여대는 청소노동자가 정년퇴직할 때마다 결원을 보충하지 않아 2022년부터 인력 감축이 본격화됐다. 2022년 51명에서 올해 44명으로 줄었고, 연말 3명이 퇴직하면 내년에는 41명, 내후년에는 38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인문사회대학 건물 담당 인력은 2022년 7명에서 4명으로, 학생회관은 3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임금도 타 대학보다 약 5만원 적다. 학교가 제시한 인력 충원 불가 조건을 노조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올해 집단교섭에 참여한 15개 대학사업장 가운데 덕성여대만 임금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한원순 지부 덕성여대분회장은 “업무범위는 그대로인데 정원이 줄면서 더 일찍 출근해 급하게 일하다 보니 병원 방문이 늘었다”며 “학교는 미화노동자의 희생과 학생 건강을 담보로 행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생 실태조사 “업무량 늘어 1시간 일찍 출근”

이 소식을 들은 덕성여대 학생들은 지난 9월 직접 실태조사팀을 꾸려 한 달간 12개 건물에서 청소노동자 현황과 인력감축 영향을 조사했다.

응답자의 80% 이상은 “퇴근 후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피로하다”고 답했고, 절반은 지속적 손목 통증을 호소했다.

현재 업무량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은 60%였다. ‘적절하다’고 답한 40%도 “다른 건물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단서를 붙였다.

또 절반 이상이 근무시간 내 업무를 마치기 어려워 무급으로 출근시간을 최대 1시간 앞당긴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소노동자 33명 전원은 과거보다 1인당 작업량이 늘었다고 답했다. 도서관은 1인이 맡는 구역이 한 층에서 두 층으로 확대됐고, 예술대 인력이 줄면서 인접한 자연관 담당자의 업무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이수연 기자
▲ 이수연 기자

“청소노동과 학생은 무관하지 않아”
용역업체 “노조 의견 학교에 전달하겠다”

학생들도 연대 의지를 밝혔다.

김수빈 문화인류학과 학생은 “3년 전 청소노동자 시위 때는 관심이 적었는데 각자도생에 익숙해지며 공동체 구성원과의 연결을 놓친 것 같다”며 “학교 공간을 매일 사용하는 만큼 청소노동이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더 많은 학생이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한비 철학과 4학년 학생은 “학교는 청소노동의 필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청소노동자 덕분에 쾌적한 공간에서 공부·생활하는 우리가 구성원의 현실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부는 26일부터 선거운동에 돌입한 13대 총장 후보들에게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교섭에 임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의서와 실태조사 보고서를 전달했다. 보고서는 학내 교수들에게도 송부될 예정이다.

덕성여대 청소용역업체 프로에스콤 관계자는 “내년도 임금협상이 이미 시작됐다”며 “노조 의견을 학교에 신속하게 전달해 조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