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강한님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90여개의 법안들이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고 다음달로 미뤄졌다.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와 사법개혁 등을 놓고 여야가 곳곳에서 충돌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선택한다면 12월 임시국회 전망은 어둡다. 무엇보다 법사위 논의를 기다리는 노동관계법 개정안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른바 ‘K스틸법’이라 불리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7건의 법안을 여야 합의 처리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와 전날 법사위를 통과한 90여개 법안 처리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의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7건의 법안만 상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지 않고, 국민의힘도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를 법사위에서 하는 데 동의하며 이날 본회의 안건처리는 합의된 일정대로 순연했다.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동안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처리된 법안을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하려 했지만, 국민의힘 내 사정으로 7개 법안은 처리하고 나머지 법안은 다음달 2일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산국회 뒤에도 여야가 대치를 이어간다면 상임위에서 올린 법안들이 ‘무한 대기’ 상태에 놓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야가 맞붙을 여지가 가장 큰 화두는 사법개혁이다. 대법관 증원과 내란특별재판부 등이 뼈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 앞서 열린 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예산국회가 끝나면 곧 12월 임시국회가 시작되고, 아마도 며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장기간 필리버스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우리는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민생 개혁과 각종 개혁 작업에 대해서 한 치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24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연내 입법을 목표로 법사위에 넘어간 안들의 처리 시점도 장담할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 등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와 노동안전종합대책, 예산안에 따른 후속입법조치가 반영돼 있다. 안전보건공시제, 재해조사보고서 공개, 위험성평가 노동자 참여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아직 법사위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입법으로 아예 무력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전날 민주당은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필리버스터 진행시 본회의 의사정족수인 60명(재적의원 5분의 1)에 미달하면 본회의를 중지시킬 수 있는 내용을 뼈대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않아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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