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지난달 2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임직원 5천여명에 대한 인사팀 노무관리 문건이 우연한 계기로 누출됐다. 연봉과 인사고과는 물론이고 노동조합 활동내역과 사소한 개인정보까지 기록돼 있었다. 사실상 노동자 개인정보를 과하게 수집해 감시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야기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누출된 개인정보에는 사내 복지제도이면서 직무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인 마음건강센터 상담 내역까지 포함됐다. 인사 불이익 조치를 위한 기초 자료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회사에서 실시하는 직무스트레스 관리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업무 능력을 해칠 정도로 커지지 않도록 관리해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자 퇴사율을 낮춰 사업장 내 숙련인력 육성·유지에 활용하자는 취지다. 노동자가 잘할 수 있는 업무에 배치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징계나 인사고과 불이익에 활용됐다는 의혹은 직무스트레스 관리제도 악용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인사팀은 ‘마음건강 증거’ ‘상담소장 소견’ 등을 징계 폴더에 정리하기까지 했으니, 누가 보더라도 직무스트레스 관리 수단을 악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도 전 직원 대상 공유 폴더에 수만 명의 노무관리 기록이 누출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결국 삼성그룹 초기업노조가 노동당국에 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회사가 운영하는 각종 안전보건 프로그램에 대한 노동자의 신뢰를 흔드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다른 기업의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처럼 큰 회사도 이럴진대, 직무스트레스로 상담을 받았다가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당하느니 차라리 숨기는 게 낫겠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직무스트레스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불러온 불신은 사업장 안전보건관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누구나 회사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하루 24시간 중 최소 열 시간 이상을 회사에 머물며 일하고, 직장 동료·협력사·거래처와 수많은 연락을 주고받으며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그만큼 노동자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회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안전보건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된다. 삼성 사내 심리상담센터는 노동자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최적의 수단이었다.

특히 사내 상담센터는 외부 기관보다 접근성이 높다. 상담비 부담이 적고, 별도로 시간을 내어 방문하지 않아도 돼 업무시간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노동자에게는 분명 큰 복지 혜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러한 복지가 더는 복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상담을 받기 위해 연차를 쓰거나 정신건강 관리를 음지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삼성그룹이 인사노무 불이익 조치에 사내 상담센터 자료를 활용했다는 논란에 대해 노동당국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재발을 막기 위해 관련 법령을 정비해 상담센터 기록 역시 의료법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자가 안심하고 상담센터를 이용하며 직무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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