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노정합의로 보건의료인력 충원과 공공의료 확충을 담은 합의문이 마련됐지만 정부와 국회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예산확보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정합의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는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고 관련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가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갖고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2 노정합의의 철저한 이행이 위드 코로나 정책의 출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는 노정합의에 따라 인력충원과 관련해서는 실무협의체 가동을 통해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데 반해 공공의료 확충에는 지지부진하다고 보고 있다.
공공의료예산 3천668억원 추가 증액 필요
나순자 위원장은 “공공의료 확충 부분은 노정합의 이전과 다를 게 없다”며 “말이 아닌 예산과 법 개정으로 보여줘야 국민들이 신뢰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노정합의 이행을 위한 2차 정례회의에서 간호사당 환자배치기준 마련을 위해 간호인력 처우개선 및 인력기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이달 16일 첫 회의를 열기로 한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3천748억원인데 노조는 3천668억원이 추가로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중 생명안전수당(6개월분 1천200억원)을 포함해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교육전담간호사제도 확대를 위한 지원사업 예산 1천312억원은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완료됐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감염병전문병원 추가 설립을 비롯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공공병원 이전신축 등에 필요한 2천356억원은 편성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공공병원 확충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노조는 무엇보다 “공공의료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가 현실화되려면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설계비는 반드시 이번 예산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대전·서부산·서부경남 3곳의 공공병원 신축, 노정합의에 따라 우선 추진하기로 한 인천·울산·광주·동부산·대구·제천 6개 공공병원 신축, 2차 공공보건의료발전기본계획에 명시된 의정부 등 6개 공공병원 이전신축을 위한 설계비로 420억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공공의료 3법’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공의료 3법은 이달 17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할 예정이다. 70개 중진료권에 한해 공공병원 설립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국가재정법 개정안), 공공의료 확충에 따른 지방부담 완화를 위한 국비부담을 강화하고(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필수의료제공을 위한 공익적 적자에 대해 국가 지원을 제도화(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하는 내용이다.
노조는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정책선거의 맨 앞에는 위드 코로나, 일상회복으로 가기 위한 정책경쟁을 제안한다”며 “그 논의의 첫 자리에 노정합의의 철저한 이행방안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수 국립대병원 노동자가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11일 공공병원 확대 및 공공병상 확충을 포함해 △필수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확대 △의료서비스 인력확충을 위한 병원인력충원, 비정규직 제로, 간호사 1명당 환자수 법제화 △수익성 중심 국립대병원 경영평가 개선, 직무급제 추진 중단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및 돌봄노동자(요양보호사·간병노동자·장애인활동지원사) 처우개선 5대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한다.
국회, 공공의료 예산 챙길까
보건복지위 11일 예산안·법안 심사 돌입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연다. 지난 9월2일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의 노정합의 이행과 관련한 예산안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한 예산안을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노조와 만나 “9·2 노정합의 이행을 위한 예산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합의 이행에 수반되는 법 개정 등을 통해서도 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다하겠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보건의료노조의 요구안을 받아 충실히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안뿐만 아니라 관련 법안 논의도 본격화한다. 전체회의에는 생명안전수단 제도화를 논의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비롯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지방의료원법) 개정안이 상정된다.
어고은·임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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