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신용카드·자산관리 같은 소비자금융 매각에 실패해 단계적 폐지(청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천500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실직 위기에 처했다.
2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오후 늦게 이사회를 열어 소비자금융 매각 실패를 보고하고 단계적 폐지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4월 뉴욕에 본사를 둔 씨티그룹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13개국 소비자금융 철수를 발표하면서 시장에 나왔다.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부분매각시 노동자 고용승계가 어렵고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청산 과정에서 해고도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한국씨티은행도 통매각을 우선한다고 줄곧 강조했다.
그러나 6월 상황이 변했다. 한국씨티은행은 6월9일 이사회 이후 오후 늦게 통매각 부담이 크다며 인수의향서를 검토해 부분매각을 하겠다는 입장을 공지했다. 사실상 통매각 포기 선언이다. 지금까지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매각에 참여한 곳은 보험사그룹과 은행지주를 포함해 4곳가량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고용승계 없는 부분매각을 선호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씨티그룹이 아직 단계적 폐지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 25일 이른바 출구전략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지부도 이날 공식발표를 지켜본 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대응할 전망이다. 단계적 청산이 아니라 매각을 유보할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매각이 금융권 화두가 되면서 금융당국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금융 철수시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요하느냐가 쟁점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은행법상 인가 대상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부는 22일 성명을 내고 “당연히 인가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 하나은행의 자산운용회사 업무 일부폐지와 2013년 HSBC의 소비자금융 철수 당시 이미 인가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을 단계적 폐지하면 영업점이 폐쇄돼 본점만 남으므로 충분한 영업시설 부족에 따른 은행업 인가 폐지(반납) 사유라 금융위 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법 같은 조항에서 영업부문을 인수해 영업을 지속하는 영업의 일부양도도 파급효과가 커 금융위 인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더욱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부폐지는 당연히 인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부는 “금융당국이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를 인가한다면 노동자 대규모 실업사태와 금융소비자 피해를 방관하고 금융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