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노동자들이 씨티그룹의 일방적인 소비자금융 철수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위원장 진창근)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주차장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실직 위기에 처한 노동자 2천500명의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진창근 위원장은 “씨티그룹은 은행 인수 10년간 영업점 82%를 폐쇄하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하고, 이제 부분매각 후 단계적 폐지를 통해 우리를 산산조각 찢어발기려 하고 있다”며 “도축을 하듯 팔 수 있는 부위는 잘라서 팔고, 수십 년 함께한 고객도 팔고, 얼마 남지 않은 영업점도 모조리 폐쇄해 노동자를 문 밖으로 내쫓고 정리 안 된 부위는 쓰레기통에 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 4월14일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소비자금융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기업금융만 남기겠다는 계획이다. 지부는 사용자쪽에 지속해서 통매각을 요구했다. 개인·커머셜부문과 신용카드부문처럼 각 부문별로 매각을 진행하지 말고 한꺼번에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분매각을 하면 매각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어렵고, 팔리지 않은 부문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해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도 줄곧 통매각을 우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3일 이사회 이후 상황이 돌변했다. 유명순 은행장은 3일 오후 6시께 인수의향자가 통매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접수받은 인수의향서를 검토해 최종 입찰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전체 공지했다. 현재까지 금융사 4곳가량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는데 소비자금융 노동자 고용승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창근 위원장은 “사용자쪽이 부분매각 후 단계적 폐지로 방향을 정한 순간부터 이번 투쟁은 투쟁이 아닌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지부는 진행 중이던 2020년 임금·단체교섭 관련해 쟁의권을 확보하고 이달 내 쟁의행위 찬반투표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