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부문은 화석연료나 원자력 같은 에너지원을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이다. 2억6천960만톤을 배출했다. 2억6천50만톤을 배출한 산업계보다 높다. 2017년까지는 산업계 배출량이 2억5천980만톤으로 2억5천260만톤을 배출한 에너지 전환보다 높았지만 2018년 역전했다.
에너지 전환 부문 주요 배출원은 단연 석탄발전이다. 75.5%가 석탄발전 과정에서 배출했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1위, 배출 비중 1.51%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석탄발전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꿔 전환 배출량을 줄이는 게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정부 전력계획은 2034년 647TWh인데
탄소중립 시나리오상 2050년 1천165TWh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내놓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2년)을 보면 전력 수요는 지난해부터 2034년까지 매년 1.6%씩 증가한다. 2034년 전력수요는 647.9테라와트시(TWh)가 될 전망이다. 이는 완만한 증가치를 고려한 것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원을 지속해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때 전력 수요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를테면 휘발유로 가동하던 자동차가 전기로 가동원을 바꾸거나 하는 식이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내놓은 전력 수요치는 2050년 1천165.4~1천215.3테라와트시다. 2018년 대비 204.2~21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수치다.
이는 신재생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돼 화석연료를 대체했을 때를 가정했다. 실제로는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불완전성을 극복해야 한다. 흔히 이야기되는 것처럼 날씨가 흐릴 때 가동을 멈추는 태양광이나 바람이 불지 않아 터빈을 돌리지 못하는 풍력발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풍력·태양광 전기 발전량·품질 물음표
학계에선 “산업 수요 대체 어려울 것”
발전량을 감당하더라도 전기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는 1초의 진동횟수에 따라 헤르츠(Hz)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60헤르츠다. 발전소의 공급이 일정하면 전기를 쓰는 수요와 비교해 헤르츠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풍력처럼 바람에 따라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헤르츠 품질 유지가 어렵다. 헤르츠가 지나치게 저하하면 전자기기가 멈추는 경우도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극복해야 할 장벽 중 하나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를 위해 기술개발을 강조한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고 있다가 발전량이 모자란 시점에 풀어서 쓰는 식이다. 바이오 발전이나 LNG 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와 합쳐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할 때 일시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유연성 자원 발전도 계획에 포함됐다.
신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신재생에너지로 현재 수요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있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에너지자원공학)는 “대규모 에너지집약 생산에 치중한 산업구조를 신재생에너지로 전량 감당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안하는 내용이 분산형 전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집중형 전원으로 특정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해 필요한 지역으로 보낸다. 허 교수는 “지역이나 마을 단위의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갖춰 자급자족하고 남는 전력을 전력시장에 내다파는 분산형 전원이 더 효과적”이라며 “이를 통해 전송 과정의 전력 손실도 줄일 수 있고 낙관적으로 전망하면 현재 전력 수요의 절반 정도는 신재생에너지로 감당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산업계 수요까지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 LNG로 ‘유연성 발전’ 강조하지만
탄소배출원이자 과도기 노동전환 문제
여기에 과도기적으로 등장하는 게 LNG다. 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발전 5개사는 2034년까지 석탄발전소 19기를 LNG 발전소로 바꿔야 한다. 당장 2024년 폐지가 예정된 삼천포 3·4호기와 2025년 폐지를 앞둔 보령 5·6호기, 태안 1·2호기, 2026년 가동을 멈추는 하동 1호기가 LNG 발전소 대체 대상이다.
그런데 LNG도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결국 과도기적 단계다. 언젠가는 다시 대체 논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혼란은 무척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남태섭 공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순수하게 발전소 가동만 따져보면 LNG 발전소의 투입인력은 석탄발전소의 6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환 과정에서 인력감축, 전환 이후 다시 폐지 논의가 시작될 우려 등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현재로서는 없다. 정부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10월 이후에나 내놓을 계획이다. 시나리오도 아직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위 관계자는 “10월 이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면 정부부처가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에너지 문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산업계와 재계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한다. 허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로 2050년을 감당할 수 없다면 산업구조 개편이나 국제적 에너지 공조 같은 다양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에서는 그런 논의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