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기업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집단감염과 노동자들의 과로 논란 때부터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안전인식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쿠팡 노동자들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물류센터 노동환경 개선 방안을 6회에 걸쳐 제시한다.<편집자>
 

▲ 이성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고양센터분회장
▲ 이성문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고양센터분회장

폭염이 절정에 달한 7월 마지막 주 어느 날 야간. 식사 이후 교대 시간이 되어 현장으로 복귀하니 얼굴이 벌겋게 익어버린 한 여성 노동자가 울상을 지으며 교대하러 나온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더워도 너무 더워”라는 말을 남기고 휘청거리며 식당으로 향한다. 그는 결국 식사 시간 이후 조퇴를 했다. 두어 시간 뒤, 이번엔 50대 후반 여성 노동자가 포장 작업대를 부여잡고 버텨 서서 한참을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러더니 결국 그 자리에 픽 쓰러져 앉는다.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단다. 잠시 어지러웠을 뿐이라고. 의사 선생님들이 노조와 협력해 건강상담 중이니 한번 만나보시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질 않는다. 그 정도로 아프지는 않단다. 재계약이 코앞인데 그럴 순 없단다. 나 역시 더위 때문에 몹시 괴로운 형편이지만 이런 순간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결국엔 좀 쉬엄쉬엄하시라는 당부만 드리고 나도 내 일을 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회사가 쉬게 해줘야 쉬지. 이런 재해 상황에서도 쉴 틈을 전혀 주지 않으니 노동자들은 자구책으로 전보다 눈에 띄게 동작을 느리게 하며 일한다.

2019년 5월에 처음 쿠팡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전에 4개사의 물류센터에서 일해보았다. 모두 고되게 일해야 하는 곳이었으나 쿠팡 같은 곳은 없었다. 식사 시간과 별개로 식전과 식후에 20분 정도의 휴게시간을 줬는데 쿠팡은 일절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말고 빨리하라는 다그침뿐이다. 이러니 쿠팡에서 몇 개월만 일하고 나면 몸이 상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노동자들의 결근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적잖은 이들이 심신에 상처를 입고 퇴사를 한다. 회사는 버티지 못하거나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들을 재계약 과정에서 걸러내면 그만이다. 올해 초 노조 설립 준비가 한창일 때,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었다. 일하며 가장 크게 불만을 느끼는 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많은 이들이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이 없다는 걸 꼽았다.

근무 시간 중에 적정한 휴게시간을 부여받지 못한 육체노동자들은 피로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근골격계와 심혈관계에 각종 질환을 달고 살게 된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신체에 축적되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 칠곡 물류센터에서 1년6개월을 일하다 숨진 고 장덕준씨처럼 젊은 사람도 화를 피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쿠팡에 휴게시간을 달라고 애원도 하고 항의도 했다.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특히나 거센 올여름 폭염에 고용노동부까지 나서 휴식 시간 부여를 권고했고, 노조가 8월5일 고양센터를 방문했던 노동부 장관에게 이 문제에 관해 호소했지만 쿠팡은 꿈쩍도 않는다.

쿠팡이 지금처럼 노동조건 개선에 제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결국엔 사회가 그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쿠팡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에는 사고산재뿐 아니라 질병산재도 급격히 늘고 있다. 쿠팡이 산재 인정에 대단히 비협조적인 기업인데도 그렇다. 주위를 봐도 몸이 성한 동료를 찾기가 어렵다. 이들은 결국엔 치료를 받아야 하는 데 쿠팡의 방해 때문에 산재신청을 포기한 이들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산재신청을 엄두도 못 내는 이들도 있다. 멀쩡하던 허리가 쿠팡 근무 이후 망가져 버려서 치료를 받느라 출근도 제대로 못 하고 치료비는 치료비대로 들어가는데 이런 유·무형의 비용에 대해 쿠팡은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쿠팡은 저임금, 초고강도로 노동자를 부려먹다 기계 부품이 마모하면 교체하듯 버티지 못하는 노동자를 교체한다. 이 과정에서 ‘마모’되어버린 노동자들은 각자가 알아서 비용을 마련해 상한 심신을 치유해야 한다. 이것은 결국엔 사회적 손실로도 이어지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는 가혹한 노동으로 인한 편익은 회사가 취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사회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쿠팡은 지금 당장 최소 2시간당 20분 이상 유급 휴게시간과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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