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농협 감사를 실시한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가 현지에서 부적절한 향응을 받았다며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이 감사위 해체를 요구했다.
협동조합노조(위원장 민경신)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 갈등이 극심한 한림농협을 감사하러 내려간 감사위 감사반원이 현지 조합장에게 접대를 받았다”며 “감사위가 피감기관에서 향응 접대를 받은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일 뿐만 아니라 감염병예방수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농협 노사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감사위 경기감사국 감사반원 5명은 정기 종합감사를 목적으로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 한림농협을 방문했다. 농협중앙회는 감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지역의 감사위 관계자를 제척하는 교차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경기감사국에서 제주 한림농협으로 파견된 감사위 감사반원은 감사기간임에도 13일 저녁 농협 하나로마트 2층 구내식당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감사기간 동안 외유성 접대도 받았다. 노조는 “감사기간 동안 감사국 관계자는 비양도 여행을 했다”며 “한림농협 노동자가 부당전적·부당징계 같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지금도 50일 넘게 피켓시위를 하는 와중에 발생한 참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이와 관련해 관계자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오성곤 노조 제주지부 사무국장은 “제주 한림농협은 문제가 불거진 뒤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고 개인 일탈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며 “이번 사건은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축협 사용자의 유착과 관련한 고질적 병폐를 드러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런 유착관계 때문에 농협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기철 사무금융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제주 한림농협에서 드러난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축협의 카르텔이 지금까지 농협중앙회가 변하지 못했던 이유”라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지역 농축협 노사의 합의도 성사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각지에서 노조 분회장을 부당 발령하는 행태가 이런 카르텔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감사위 경기감사국 감사반원 5명을 대기발령하고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