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노조 화원농협분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2월 20일 화원농협의 부당노동행위를 비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화원농협분회>

지역농협이 최근 법원에서 잇따라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받았다. 전남 해남군과 제주의 지역농협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조합원을 강제 전적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노조탄압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근로시간면제자 급여 미지급
단체교섭 14차례나 거부, 분회장은 전적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전남 해남 화원농협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화원농협의 노조탄압은 2020년 7월께 시작됐다. 사측은 노사 단협에 따라 주훈석 사무금융노조 화원농협분회장(당시 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사용을 인정해 오다가 갑자기 급여지급을 중단했다. 주 분회장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옛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을 위반한다는 이유였다. 농협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도 14차례나 거부했다. 노사는 2007년 노조 전임간부와 처우 등의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2018년 12월 마지막으로 갱신했다. 이후 노조는 2020년 6월부터 다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농협은 그해 9월까지 단체교섭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아무개 노조 화원농협분회장은 인사 조처됐다. 농협은 2020년 6월 20여년간 김치공장 설비 관리를 맡은 분회장을 금융사업 부문으로 소속을 변경했다. 그러자 노조는 전남지노위에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며 구제신청을 했다. 교섭요구 불응도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분회장에 대한 인사명령과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다. 중노위는 근로시간면제 적용 중지와 급여 미지급까지 부당노동행위라고 추가로 판단했다. 다만 ‘분회장 인사명령’은 분회장이 도중에 노조를 탈퇴하고 구제신청을 취하함에 따라 구제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농협측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4월 소송을 냈다.

법원 “지배·개입, 불이익 취급 부당노동행위”
노조 “조합장 선거비 마련 과정에서 노조탄압 자행”

법원은 중노위 판정이 맞다며 노조측 손을 들어줬다. 먼저 주 분회장에 대한 ‘근로시간면제 적용과 급여지급 중지’ 행위는 노조활동을 약화하기 위한 지배·개입과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분회장은 노조전임자일 뿐만 아니라 연간 1천시간에 대해 근로시간 면제자의 지위를 겸하고 있다”며 “농협이 급여의 50%를 지급한 것은 면제된 근로시간에 대한 급여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단체교섭 거부’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농협은 노조로부터 14차례 교섭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알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설령 추가적인 교섭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더라도 노조와 최소한의 협의를 통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 노력한 정황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노위 부당노동행위 사건 심문 이후 노조의 세 차례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은 부분도 꼬집었다. 당시 사측은 노조 광주전남본부 사무실에서 교섭할 것을 요구했다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연기하자고 요청했다.

제주 한림농협도 단체교섭 직전 노조간부 등 조합원 4명을 다른 지역농협으로 발령 냈다가 법원으로부터 최근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지역농협에서 부당노동행위나 노조탄압 논란이 잇따르는 배경으로 ‘조합장 선거’를 꼽는다. 주 분회장은 “금권 선거로 조합장이 선출되는 경우가 많고, 선거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입단속을 위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4년마다 선거철이 되면 노동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들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월 현업으로 복귀한 뒤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증을 산재로 인정받아 올해 5월부터 요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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