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유사 금융업을 영위하는 거대 IT기업, 이른바 ‘빅테크’ 기업을 금융회사로 봐야 할까.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던진 이런 질문에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정부쪽은 금융업 관련한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행위규제를, 전문가들은 몸통인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조했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쟁점과 대응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급증하는 전자금융거래 규제에는 찬성했지만 방식에는 이견을 드러냈다. 개정안은 전자금융거래업 가운데 종합지급결제사업을 신설하고, ○○페이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신용카드와 유사하게 외상구매가 가능한 후불결제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빅테크 ‘페이’ 확대, ‘소비자 보호’는 미적용

참가자들은 페이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를 비롯해 급증한 전자금융거래를 규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 이후 전자지급서비스가 급성장했지만 예치금 관리나 자금 접근권 같은 이용자 보호 규제가 미비한 실정”이라며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이용자 자금이 지급서비스업자의 서버로 이전하는 선불결제서비스라는 점에서 은행의 예금 기반 지급서비스와 유사하고 지급지시업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빅테크의 ‘페이’는 금융기관 혹은 소비자와 판매자 간 자금거래를 지시(중개)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의 자금을 미리 예치받기 때문에 일종의 예금업무와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예치시 마치 이자처럼 일부 금액을 더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예금은 아니라서 소비자 권리보호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이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빅테크 업체의 책임을 되레 면제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개정안은 25일 시행을 앞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을 면제하고 있고, 그 밖에 은행이나 카드회사가 받는 규제도 모조리 면제돼 규제 사각지대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런 소비자 보호 규정을 모두 적용하고 유사 금융업을 영위하는 빅테크를 금융회사로 봐 규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종합지급결제업자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상 적격성 심사 대상으로 보고, 법상 적기시정조치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개정안의 지정제 역시 인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업에 뛰어든 이상 금융회사로 보고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형태 유사해도 예금·카드 아니라 기존 규제 적용 어려워”

정부쪽 의견은 다르다. 선불전자지급수단과 후불결제업은 실제 은행의 예금 혹은 카드사의 신용카드와 다른 만큼 다른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빅테크를 금융회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한진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종합지급결제업자는 ○○페이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이용하는 고객의 돈을 100% 은행에 예치하도록 해 이를 통한 자산운용 가능성을 막았고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금융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행위는 플랫폼 행위규제를 규정해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태적으로 유사하더라도 내용적으로 예금이나 신용카드가 아닌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융업이라며 규제하는 것은 규제와 규제 대상의 적합성을 떨어뜨리는 과잉규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빅테크 기업이 이 법을 통해 금융회사의 지위를 누리는 것은 금융위로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전통적인 금융업과 새로 만들어지는 금융 관련 IT기술 개발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룰’을 정하기 위한 법 개정으로 봐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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