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탁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이 28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원래 임기는 12일까지지만 후임 이사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임기를 연장했다. 전력거래소 정관에 따르면 후임 이사장 인선이 이뤄질 때까지 임기를 자동 연장하지만, 교단 복귀를 위해 조 이사장이 일찍 자리를 비우는 형국이다. 자연스레 후임 인선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사장 공백이 불가피하다.
곽지섭 전력거래소노조 위원장은 “특정 인사가 내정됐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정부의 결정이 지연돼 임기를 넘기게 됐다”며 “어떤 이유인지도 뚜렷하지 않고 막연하게 3·4월께 임명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마사회·금융기관 포함 27곳 기관장 임기 만료
이런 인사 난맥은 공공기관 곳곳에서 읽힌다.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국내 최대 공기업 중 한 곳인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발전 5개사와 일부 금융기관 등 27곳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를 앞두거나 이미 만료했지만 후임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뚜렷한 이유 없이 기관장 인사가 늦어져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고, 기관 운영의 어려움도 커진다며 신속하고 투명한 인사과정을 주문하고 있다.
사장 등 공공기관 임원은 임기 만료 전 인선을 시작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을 보면 기타공공기관을 제외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은 임원 임기 만료 2개월 전까지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기관장과 이사·감사는 평가에 따라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기관장 임기는 3년, 이사·감사 임기는 2년이다.
그러나 정부가 연임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해 임원 추천이 지연하는 경우가 많다.
한전이 그렇다. 김종갑 한전 사장 임기는 4월12일까지로 이날 기준 이미 임기만료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전은 이 때문에 임원추천위를 꾸린 상황이지만, 김 사장의 연임 가능성 때문에 사장 선임 공모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기한 지켜 인선 시작해도 정부 결정 늦어
임원추천위를 꾸려도 인선이 늦어지는 사례도 있다. 정부의 결정이 늦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경영에 직격탄을 맞아 적극적인 국회 입법활동을 하고 있는 마사회도 사실상 회장 공백 상태다. 현임 김낙순 회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실제 임기는 지난달 18일 이미 종료했다. 그러나 후임으로 거론되는 김우남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나 임성한 전 마사회 경영지원본부장이 아직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 밖에도 한국중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남동발전은 기관장 임기 만료 약 한 달을 앞두고 가까스로 사장 공모에 나섰다. 공모는 마쳤지만 공공기관운영위를 통과하지 못해 현임 사장이 임기를 연장한 상태다.
이처럼 지금 당장 기관장 임기 교체가 필요한 곳들이 제때 인사를 마치지 못하면서 기관장 임기 만료까지 여유가 있는 기관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현임 기관장에 대한 찬반을 떠나 공개적이고 분명하게 인사가 진행돼야 노동자도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업무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해로 기관마다 대국민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조속한 리더십 수립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원칙 없이 기관마다 인선 여부가 다르고 지연한다면 운영의 어려움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