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와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에 공익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재 기자>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이 낸 안건의 97.2%가 이사회를 무사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국민연금공단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지주회사 공익이사 선임에 개입하라고 촉구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류제강)와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금융지주 공익이사를 선임하고 문제 이사는 선임을 저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가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권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2017~2019년 3년간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등 13곳의 이사회 회의를 분석한 결과 제출된 안건 가운데 97.2%가 원안대로 가결됐다”며 “수정의결하거나 보류한 안건은 고작 2.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이사회가 다룬 안건 3천273건 가운데 3천180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는 것이다. 특히 3천180건 가운데 4건을 제외한 안건은 100% 찬성으로 가결됐다.

권호현 실행위원은 “이 기간 동안 활동한 사외이사 가운데 금융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거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국민연금이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공익이사를 추천해야 하는 이유를 방증하는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은 KB금융지주를 비롯한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다. 2017년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주주제안권을 활용해 공익이사를 추천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실상은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한 공익이사에 반대표를 행사해 빈축을 샀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을 통해 공익이사를 추천한다고 공표했음에도 되레 노조가 어렵게 제안한 주주제안을 오히려 부결하는 반대표를 던지는 일도 발생했다”며 “이렇게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공익이사 선임에 반대하겠다면 공표한 대로 국민연금이 직접 주주제안에 나서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지부도 앞서 2018년과 2020년 소수주주권을 활용해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류제강 위원장은 “사외이사를 회장이나 은행장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선출하면서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견제하지 못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사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9일 국민연금 기금운융위원회 회의 시점에 맞춰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기반을 둔 책임투자를 촉구하는 등 정기주주총회 대응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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