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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소문 없는 죽음] 매일 일터에서 하청노동자 한 명 이상 죽어하청 산재사망사고 전수조사 분석 결과 … 최근 5년간 1천426명, 하루 한 명꼴 사망
▲ 정기훈 기자

지난 11일 새벽 20대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는 한국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설비를 점검하다 목숨을 잃었다. 2년 전 '구의역 김군' 사건과 판박이다. 그런데 구의역 김군, 태안 화력발전소 김군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매일 한 곳 이상의 사업장에서, 한 명 이상의 하청노동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죽어 나가고 있다.

매일 어디선가 죽고 있는 하청노동자들

16일 <매일노동뉴스>가 고용노동부의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7월) 하청근로자 산재사망사고 발생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지방고용노동관서가 노동부에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보고한 내용 중 하청노동자 사망·부상 현황만 전수조사한 자료다.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년간 하청노동자가 1명 이상 숨진 산업재해가 1천338건(내사종결·조사생략 사건 79건 제외) 발생했다. 이렇게 사망한 하청노동자가 1천426명이다. 매달 평균 26명의 하청노동자가 산재로 죽은 셈이다.

연도별 사망사고 현황은 △2014년 242명(부상자 39명) △2015년 333명(49명) △2016년 360명(48명) △2017년 319명(60명) △2018년 7월 기준 172명(59명)이다. 끼임·떨어짐·화상·감전·폭발·부딪침·익사·누출·깔림·베임·맞음·낙하·질식 등 재해발생 형태가 다양했다.

태안 화력발전소와 비슷한 사고는 4년 전에도 있었다. 2014년 11월18일 밤 9시20분께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보령 화력발전소)에서 탈황설비를 점검하던 30대 하청노동자 박아무개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보령화력 7·8호기에서 석회석의 이산화황을 제거한 뒤 석고를 이송하는 라인에서 나홀로 작업하던 박씨도 목숨을 잃은 뒤에야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박씨는 발전소 연료·회처리·배연탈황설비 운전·정비업무를 하청받은 한전산업개발 보령사업처 소속이었다.

하청노동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목숨을 잃었다. 보령 화력발전소에서 박씨가 숨진 이튿날에는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통신선로 공사현장에서 통신회사 하청업체 일용직 노동자 60대 이아무개씨가 작업 중 흙더미에 매몰돼 사망했다. 그 다음날에도 청주 한 건설현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추락사했다. 2014년 11월에만 21건의 사고로 22명의 하청노동자가 죽었다. 그들의 죽음은 대부분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이듬해에도, 그 이듬해에도 정부가 산재사망자 절반 줄이기 대책을 발표한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청노동자 4명이 죽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건설현장 추락사고와 이마트 무빙워크를 점검하던 20대 하청노동자가 죽었던 올해 3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고 죽어 간 하청노동자가 31명 더 있었다.<표 참조>


사람 죽어도 432만원만 내면 끝?

수많은 안타까운 죽음에 사업주들은 처벌받고 있을까. 노동부는 중대재해 사망자가 노동자가 아니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사건(내사종결), 재해 원인이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아닌 것이 명백한 사건(조사생략)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사업주가 처벌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껏해야 벌금형에 정도다.

2014년 3월 한 달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3건(붕괴·화재·추락)의 사고로 하청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모두 부실한 안전조치로 일어난 사고였다. 그런데도 원청인 현대중공업은 벌금형을 받았다. 2016년 4월18일 현대중공업 조립공장에서 굴착기 엔진 덮개와 붐대 사이에 끼여 30대 하청노동자가 죽었을 때에도 법인과 원청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각각 500만원의 벌금만 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노동자 산재사망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사업주에게 내린 평균 벌금액은 고작 432만원이다. 사람이 죽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덜고, 책임까지 피할 수 있는 '위험의 외주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12월 임시국회 통과할까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해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 처벌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지난달 1일에야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태안 화력발전소 사망사고가 국민적 공분을 부르자 국회는 뒤늦게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통과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유치원 3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서 원청의 안전조치의무 장소를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제대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선고할 수 있는 징역형 상한을 1년에서 5년으로 높였다.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에는 원·하청 사업주 모두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게 했다.

하지만 산재사망사고에 도입하기로 했던 하한형(징역 1년) 조항이 재계 반발로 없어지면서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국회가 건설업 불법 하도급 사망과 산재사망에 도입됐던 하한형 처벌을 원상복구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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