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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위험의 외주화 중단 목소리] 고 김용균씨 동료들 “죽음의 현장 바꾸지 못해 미안하다”지난 15일 광화문광장서 촛불추모제 열려 … 유가족 "진상규명해 우리 한 풀어 달라"
▲ 지난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님 촛불추모제에 고인의 동료들이 참석했다.<윤자은 기자>

“부지런히 일했던 용균아, 네가 얼마나 위험하게 일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어. 더 적극적으로 설비를 개선해 달라고, 근무조건을 개선해 달라고, 더 크게 말하지 못한 나와 동료들이 너에게 참으로 미안하구나.”

한국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촛불추모제가 열렸다. 고인과 함께 일했던 동료 8명이 지난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추모제에 참석했다. 추모사를 낭독한 동료 추호영씨는 “전국 화력발전소에 태안 화력발전소와 같은 컨베이어벨트가 지금도 돌고 있다”며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죽음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고 외쳤다.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린 우리 모두가 김용균”

고인은 공공기관인 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일했다. 입사 3개월 만에 석탄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광화문광장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광장을 지나던 시민들은 고인의 영정사진 옆에 국화를 두고 명복을 빌었다. 추모편지에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다짐을 썼다.

이날 추모제에서 고 김용균씨와 같은 나이인 스물네 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서울시립대 학생 신정씨는 “끝이 안 보이는 취업경쟁으로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우리 모두가 김용균”이라며 “더 이상 청년이 죽어 가지 않도록, 노동자들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주 하청노동자들이 자유발언대에 올랐다. 한국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KTX 승무원과 산업은행 특수경비 노동자, KT 케이블설치 하청노동자는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외주화된 위험업무를 원청이 직접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자은 기자


죽음 막을 기회 다 놓쳐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살기 위해 노동을 하는데 왜 다치고 죽는 건 비정규 노동자의 몫이어야 하느냐”며 “고인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수차례 있었는데 그때라도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보일러를 정비하는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올해 8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지난해 사망사고 이후에도, 국회의원들이 현장을 찾은 이후에도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외주화를 막는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국회가 공범이고 비정규직들과 대화를 거부한 문재인 대통령 또한 공범”이라며 “우리도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고인이 운전원 대기실에서 사용했던 유품을 공개했다. 석탄가루가 새까맣게 묻은 수첩과 슬리퍼, 물티슈와 면봉, 컵라면과 과자가 나왔다. 노조 관계자는 "수시로 바닥에 떨어진 석탄을 치우라는 지시를 받기 때문에 식사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위험할 때 쓸 수 없었던 안전장치

노조는 1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를 브리핑했다. 브리핑 전날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서부발전·한국발전기술과 노조, 유가족이 함께 현장조사를 했다.

노조는 운전을 정지할 수 있는 장치인 풀코드 스위치가 전혀 기능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1인 근무를 하면 작업자가 개구부로 들어가 스위치를 작동할 수 없고, 스위치를 누른다고 해도 스위치 줄이 늘어져 있어 한참이 지난 후에야 전원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 직원들은 “풀코드 스위치를 누르려면 원청인 서부발전에 연락해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증언했다.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브리핑에 참석한 고인의 어머니는 “이렇게 열악하고 지저분하고 험악한 곳인 줄 알았더라면 절대 아들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하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했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다른 아이들이 죽는 걸 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열악한 시설에서 억울하게 간 내 아들을 생각하면 미치고 죽을 것만 같다”며 “우리 아들을 이렇게 죽음으로 몰아낸 사람들을 구속수사하고, 진상을 규명해 우리 한을 좀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고 김용균 태안화력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브리핑 자리에서 고인의 동료가 사고 현장을 설명했다.<윤자은 기자>


“같은 컨베이어벨트 1~8호기도 작업중지해야”
동료 트라우마치료 시급


이태성 발전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는 “원청에서 근무하던 간부들이 하청업체 대표이사, 간부, 팀장급 임원으로 들어온다”며 “이런 구조 속에서 용역노동자들은 착취당하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안전장비조차 지급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전력 관련 기관 민간정비업체 이직현황에 따르면 전력·발전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간부 100여명이 7개 하청업체에 팀장급 이상 직책을 달고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작업중지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뿐만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지는 1~8호기도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에는 고인 동료의 트라우마 치료를 요구했다. 조성애 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사고 진상을 낱낱이 공개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 다른 하청인 자회사 방식이 아니라 직접고용이 될 때만이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고인을 추모하는 상징물을 제작하고 있다. 제작을 마치면 광화문광장에 상징물과 함께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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