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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음 앞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지난 화요일 비보가 날아들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하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이었다.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또다시 청년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소식에 가슴이 턱 막혀 오면서 먹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에 석탄 발전설비 운송 컨베이어벨트 가동 상태를 점검하다가 기계에 끼여 숨진 것이다. 숨을 거두고도 홀로 4시간 넘게 방치돼 있었다. 화력발전소에서 2인1조로 하던 일을 2015년부터 경쟁입찰로 하청업체에 외주화하면서 혼자서 감당하게 됐다. 이로 인해 컨베이어벨트 점검 중에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기계를 멈출 사람이 없었고 수시간 방치된 것이다. 심지어 며칠 전에 안전모 랜턴을 분실한 김씨는 계약직 신입사원이었기 때문에 감히 추가 지급을 요청하지 못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휴대전화 손전등에만 의존하고 있었다고 한다. 입사 석 달 만의 참극이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2010년부터 12명이 사망했다. 매해 쉬지 않고 재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망자가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무재해 사업장 인증을 받고 산업재해보험료 22억원을 감면받았다는 부분에서는 당당한 몰염치와 탁상행정에 기가 찰 뿐이다. “정규직은 아니어도 좋으니 일하다 죽지는 않게 해 달라”는 동료 노동자의 절절한 호소가 얼마나 더 계속돼야 하는지 가슴이 아프다.

지난달부터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KT 아현국사 화재 사고, KTX 경강선 탈선사고에 이르기까지 안전보다는 비용절감을 우선한 결과가 위험신호처럼 반복해 나타나 있다. 종로 국일고시원 참사에서는 건물주가 임대료 등의 문제를 이유로 스프링클러 설치를 거부했고, 화재로 인해 고시원에 사는 18명의 생명이 희생당했다. 서울 서북권과 고양 일대 통신망을 책임지는 KT 아현국사에는 관리자조차 배치되지 않았다. 서울의 4분의 1이 통신 마비를 겪으면서 112·119 같은 긴급 신고전화도 먹통이 돼 환자가 목숨을 잃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KTX 경강선 탈선사고에서는 신호케이블이 오래전부터 반대로 꽂혀 있었다는 황당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하마터면 대참사로 번질 뻔한 사고 원인 중 하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리는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부터 4년, 구의역 사고부터 2년, 한국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얼마나 더 많은 사건의 이후가 필요한 것인지 두렵지 않을 수 없다.

촛불이 타오르고 정권이 바뀌고서는 많은 청년들이 가졌던 기대가 그러한 것이다. 지난 ‘적폐’는 걷어 내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새 정부에 대한 기대로 결집돼 있던 것이다. 새 정부 2년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정부와 국회가 촛불 이후로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해 온 흐름에 얼마나 제동을 걸었는가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는 ‘위험의 외주화’와 ‘기업살인’을 막기 위한 법·제도 정비가 기업 부담을 이유로 하는 보수야당 반대로 막히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도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에 관한 논의가 실종되고 정치적 공방으로만 소모됐다. 노동중심 사회를 말했던 문재인 정부도 최저임금 논란과 같이 점진적일지라도 개혁 목표와 일관성이 실종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2022년까지 논의하기로 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갑자기 연말에 연내 입법해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청년들에게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한창 회자됐던 때가 불과 3년 전이었다. 세월호 사고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 사건에 대한 환멸과 연이어 터져 나오는 문제에도 변하지 않는 사회를 보는 청년들의 자조와 무기력을 표현한 말이다. 촛불이 바꾼 변화와 함께 여전히 바뀌지 않은 강고한 구조 앞에, 다시 ‘헬조선’을 생각해 본다. 지금이라도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남아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죽음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국가와 기업이, 그리고 한국 사회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김영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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