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용균씨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서부발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비판하고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1천29건, 과태료 6억7천만원, 안전보건진단 명령.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특별감독 결과다.

그런데 1년 전인 2017년 11월 같은 발전소 3호기에서 발생한 보일러 협착사고로 또 다른 하청노동자 정아무개씨가 숨진 뒤에도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8건을 적발하고 과태료 1억1천만원을 부과했다. 안전보건진단 명령도 내렸다. 당시 안전보건진단 명령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김용균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1천건 위반할 동안 노동부는 뭐했나”

태안화력 비정규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 특별감독에 대한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입장을 발표했다. 시민대책위는 “2017년 11월 사고에 근로감독과 안전보건진단을 명령했지만 이행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노동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반발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지난해 3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 제출한 안전보건진단 결과보고서에는 안전작업의 각종 절차서가 원청과 협력사 사이에 공유되지 않는 점과 개구부·회전축 위험성, 밀폐공간에 대한 조치가 들어 있다. 이번 노동부 특별감독 결과와 유사하다.

고인의 동료였던 김재엽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영흥지회 사무장은 “김용균의 죽음 이전에도 우리는 현장 개선을 꾸준히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며 “수많은 하청 비정규직의 죽음 이후 설비를 개선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 타깃은 노동부였다. 시민대책위 법률지원단 송영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겨우 4주 동안 조사해서 법 위반 사항을 1천건 이상 적발했다고 하는데 그럼 1천건 이상 법을 위반하는 동안 노동부는 무엇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송 변호사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노동부를 포함해 예방할 수 있었던 죽음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특별감독이 끝났지만 시민대책위 사람이 감독에 참여하는 것을 회사측과 정부가 막았기 때문에 결과를 믿지 않는다”며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우리가 들어가서 현장을 낱낱이 조사해 그들이 파헤치지 않은 것을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산업안전조사위는 진상규명 피하려는 꼼수”

시민대책위는 노동부가 특별감독에서 제시한 특별산업안전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이제야 특별산업안전조사위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시민대책위가 요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피하려는 꼼수로 읽힌다”며 “김용균 사회적 타살의 원인,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할 수 있는 진상규명위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조성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장은 “특별산업안전조사위를 구성한다는 것은 노동부가 산업안전 분야에 한정해 조사하겠다는 얘기”라며 “조사기구에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를 포함하지 않으면 인력 문제와 발전소 운영구조 전반을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꼬리 자르기 의혹도 있다. 노동부가 원청 책임자를 '태안발전소 본부장'으로 특정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태안발전소 책임자(본부장)의 하청노동자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본부장 등 책임자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이에 대해 “사법처리 대상으로 원청 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이 아닌 태안발전소 본부장을 지목한 노동부 자료에 경악했다”며 “원청 책임자를 본부장으로 못 박아 놓고 진짜 책임자인 김병숙 사장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범국민추모제를 한다. 진상규명위 구성과 관련해 시민대책위가 청와대에 답변을 요구한 시한인 이날까지 답변이 없으면 새로운 투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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