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전북건설기계지부 군산지회 항만분회
“아무리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라도 3일간 54시간 연속근로는 너무한 것 아닙니까. 사람 목숨을 소모품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버켓(삽 역할을 하는 굴착기 장비) 밑으로 삽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고 위험성도 있고요.”

29일 이정 건설노조 전북건설기계지부 군산지회 항만분회장이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군산항에서 하역 일을 하는 굴착기 기사들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하루 18시간 3일 연속근로를 한다는 토로다. 연속근로를 하는 동안 점심·저녁시간과 출·퇴근시간 각 1시간을 제외하면 잠잘 시간은 하루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6박7일씩 일할 때도 있었어요. 요새는 짧게는 2박3일, 평균 3박4일 연속근무를 할 때가 있는데 ‘위험해서 못하겠다’고 하면 ‘차 빼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요.”

이정 분회장이 말을 이었다. 굴착기 기사들은 군산항에 화물을 실은 배가 들어오면 배 안에 들어가 목재나 곡물 같은 화물을 굴착기로 꺼내 밖에 쌓아 놓는 일을 한다. 기사들은 중개업체에 수수료를 내고 하역사에서 일을 받는다.

연속노동 위험하다 항의하면 “차 빼라”

이처럼 굴착기 운전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이들이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을 적용받지 못한다. 문제는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지부 관계자는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배차 배정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고가 나도 책임은 오롯이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이곳 부두에서 작업하던 굴착기에 불이나 폐차해야 할 상황이 됐지만 운전자는 아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부는 화재 원인을 목재팰릿 분진에 의한 엔진 과열로 보고 있다. “목재팰릿 하역 과정에서는 분진이 굉장히 많이 날리는데 이 분진이 기계에 끼이다 보니 공기 순환이 잘 안돼 엔진 과열로 불이 난 것 같다”는 주장이다. 지부에 따르면 실제 목재팰릿이 군산항에 입항된 2018년 이후 건설기계장비 화재 횟수가 늘어났다. 기존에 1~2년에 한 건 정도였던 군산항만 건설기계 화재 건수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9건이다. 지부 관계자는 “분진으로 인해 앞이 안 보이는 수준”이라고 했지만, 경찰·소방서는 “엔진 과열에 의한 화재”로만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서엔 수수료 7%인데 9년간 10% 떼어 가”

지부는 중개업체가 매월 매출액의 7%를 수수료로 떼어 가도록 합의 이행서를 맺었음에도 지난 9년간 수수료 10%를 냈다고 고발했다. 수수료 문제 역시 업체에 ‘찍혀’ 일감을 얻지 못할까 봐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그 밖에도 “창고 조명등 12개가 모두 고장나 굴착기를 어둠 속에서 운행해야 한다”며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도 우려했다. 분회 관계자는 “조명이 있어도 분진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이는 수준인데, 조명마저 사라져 굴착기끼리 부딪힐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지난 5월 하역사 간부가 기사들의 고충을 듣는 자리에서 관련 내용을 이야기했지만 현재까지 고쳐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중개업체측은 반박했다. 과거 7% 수수료로는 운영이 어려워 노동자들이 회의를 통해 10%로 올리기로 구두로 합의를 했다는 주장이다. 중개업체 관계자는 “분진이 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비 화재는 원인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보상을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조명이 꺼졌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로 노동조건이 좋지 않으면 서로 의논해서 바꾸면 되는 것인데 사무실에 말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언론 제보부터) 한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시간 노동을 비롯한 힘든 부분은 서로 풀어 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주야간 교대근무를 제시해도 수입이 떨어지는 거니까 오히려 기사들이 싫어한다”고 말했다.

군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화재 원인이나 노동조건 관련해서는 경찰청이나 고용노동부에서 (처리)할 일”이라며 “해양수산청에서는 해양오염 근절 방안이나 분진이 나는 부분에 대한 지도·감독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노동부 군산지청 담당자와 하역사 관계자와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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