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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둔갑' 현대중 사내하청 정범식씨 5년 만에 산재 확정지난달 서울고법 '산재 인정' 판결에 근로복지공단 상고 포기

근로복지공단이 선박 표면 샌딩작업을 하다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고 정범식씨의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상고를 포기했다. 자살로 둔갑했던 정씨 죽음이 5년 만에 산재로 확정됐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공단은 상고기간인 지난 6일까지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14일 정씨 유족이 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공단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정씨의 산재는 확정됐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울산이주민센터가 참여하고 있는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산재 확정을 환영하며 "자살로 진실을 왜곡하고 산재를 은폐한 현대중공업과 부실 편파수사로 유족 고통을 가중시킨 울산동부경찰서·울산지방경찰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씨는 2014년 4월26일 오전 11시35분께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숨진 채 동료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2공장 13번셀 블라스팅 공장에서 선박 샌딩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정씨는 사고 당일 휴식시간에 작업반장에게 기계 고장을 호소하며 "고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동료에게는 "컵라면을 사 왔으니 같이 먹자"고 했다. 자살을 암시하는 정황은 없었다. 하지만 울산동부경찰서는 사고 가능성을 수사하기보단 가족관계·채무관계 등 개인적 상황을 조사한 뒤 자살로 규정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같은해 국정감사에서 정씨 사망원인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자 울산지방경찰청이 다시 내사에 착수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자살이 맞다고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가 사다리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가려다 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산재를 인정했다.

대책위는 "2014년 4월 한 달 동안에만 정씨를 포함해 5명의 하청노동자가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었다"며 "연이은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에 책임을 면하고자 현대중공업이 울산동부경찰서 뒤에 숨어 산재은폐를 자행했고, 울산동부경찰서는 현대중공업 눈치를 보며 고인을 자살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현대중공업과 경찰당국은 지금이라도 유족에게 사죄하고, 부실 편파수사를 한 수사 책임자를 엄정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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