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작업 도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고 정범식씨의 사인을 조사하던 경찰이 자살로 단정하고 끼워 맞추기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청 대기업의 산재은폐 관행 속에 하청노동자들이 죽음의 원인까지 왜곡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울산동부경찰서는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고인의 사인을 자살로 단정하고 5월 내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고인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증언은 다르다.

사고 당일 고인은 동료와 함께 선체에 바람을 넣는 ‘블라스팅 작업’ 도중 지상 3미터 높이의 작업장에서 에어호스에 목이 감긴 채 죽음을 맞았다. 당시 고인은 “사용하던 블라스팅용 리모컨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기계결함을 호소했고, “스위치를 통째로 바꾸라”는 동료들의 제안에 “한 번 더 해 보겠다”며 작업을 이어 갔다. 그런데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인은 사체로 발견됐을 때 두건과 방진마스크를 쓰고 양손에 장갑을 낀 채 손목을 테이프로 감고 있었다. 목에 감겨 있던 에어호스는 인위적으로 묶인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은 에어호스가 목에 감겼을 때 고인이 저항한 흔적이 없고, 사망 석 달 전에 고인이 부부싸움을 한 점을 근거로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경찰은 편파수사에 대해 사죄하고 고인의 죽음을 재조사해야 한다”며 “정부는 하청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산재은폐 관련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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