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의 고객센터 상담원들이 고객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거나 고객응대가 미숙하면 일명 '빽빽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빽빽이는 종이에 글씨를 빈틈없이 채워 쓴다는 은어로 저평가자만 따로 처벌하듯 받아쓰기를 시켜 모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상담사들은 “교육강사가 빽빽이를 지시하는 건 나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며 “인격모독을 느낀 상담사 상당수가 일을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일부 팀장이 휴식시간을 선착순으로 배정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쿠팡은 고객상담 업무를 케이티씨에스(KTcs)와 일본계 콜센터 운영업체 TCK 등에 위탁하고 있다.

빽빽이 지시는 곧 퇴사하라는 뜻?

29일 서울의 한 쿠팡 고객센터 지점에서 일하는 백아무개씨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교육강사가 고객평가에서 점수를 낮게 받았다는 이유로 상담내용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받아쓰게 하는 처벌인 빽빽이를 시켰다”며 “신입 상담원의 경우 업무가 미숙할 수 있고 아무리 상담을 잘해도 고객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평가를 안 좋게 줄 수도 있는데, 이를 이유로 빽빽이를 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백씨에 따르면 상당수 신입 상담원이 빽빽이로 인격모독을 느끼고 퇴사했다.

백씨는 올해 3월 쿠팡과 고객센터 업무 위탁계약을 맺은 KTcs에 입사했다. 1주일 교육을 받고 현장에 배치됐다. 그는 “콜센터가 워낙 이직률과 퇴사율이 높기 때문에 교육 중간에 이탈하는 동기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14명이던 동기가 교육이 끝날 때 7명으로 줄더니 지금은 최종입사자의 절반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교육기간 내내 강사에게 ‘자신은 성격이 더럽다. 빽빽이를 쓰게 하는 것은 나가라는 뜻이다’는 말을 들었다”며 “실제 많은 상담원들이 고객평가가 낮다는 이유로, 업무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업무 중 회의실 등에 불려가 빽빽이를 썼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담사들은 일부 고객의 반말과 욕설·화풀이에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결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응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KTcs는 조금의 실수라도 나오면 업무 중에 개별면담을 하고 빽빽이를 시키는 등 매일 반복적으로 괴롭혀 결국 퇴사하는 것을 유도했고 최근 3~4개월간 상담사가 대거 퇴사하는 것을 봤다”고 설명했다.

퇴사한 상담원도 빽빽이 지시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올해 5월까지 백씨와 같은 고객센터 지점에서 일한 김수미(가명)씨는 “주로 신입 상담원이 빽빽이를 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보수교육이 있어도 입사 후 5일 진행되는 교육만으로 신입 상담원은 업무를 쫓아가기 쉽지 않다”며 “상담원들은 실수라도 하면 ‘그것도 못하냐’ ‘뭐하는 거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따로 빽빽이를 시키다 보니 젊은 친구들은 심리적 압박을 받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상담원들은 해당 지점 일부 팀장이 선착순으로 휴식시간을 배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씨는 “근무 시작 뒤 각 팀장이 사내 메신저로 단체 채팅방을 만들면 상담사들이 선착순으로 이름을 기입했다”며 “기입 순서대로 오전 10시부터 10분씩 휴식시간이 주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기 차례가 아닐 때는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었다”며 “화장실이 급하면 허락을 받고 가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KTcs “빽빽이 회사 지침 아냐 … 현재는 개선”

KTcs는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백씨는 3월 입사 후 3개월간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가 지급되지 않자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빽빽이와 선착순 휴식시간 배정도 문제 삼았다. 백씨는 “6월 말 노동부에 진정을 넣자 회사는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를 지급했고, 빽빽이와 휴식시간 줄서기도 없앴다”고 귀띔했다. 김수미씨는 “퇴사할 때까지 3개월 동안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를 받은 적이 없다”며 “시간외수당도 기본시급의 1.5배를 준다는 것만 알지 임금명세서를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임금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KTcs는 빽빽이 지시와 관련해 “일부 강사의 지도방법 중 하나였으며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KTcs 관계자는 “1년에 두 차례 직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지만 빽빽이를 했다거나 이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직원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회사 차원의 지침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일부 강사가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씨가 빽빽이 문제를 제기한 후 바로 시정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선착순 휴게시간 배정과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미교부에 대해서도 그는 “해당 팀장에게 확인한 결과 상담사마다 출근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일찍 출근한 상담사에게 먼저 휴식시간을 부여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다 현재는 개선됐다”며 “근로계약서는 올해 봄 고객센터 이사 문제로 지급이 늦어졌지만 현재는 모두 지급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