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병원 내 태움문화에서 촉발된 직장내 괴롭힘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로 번지며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지만 피해자 보호조치나 구제수단은 미비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유정 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이 16일 내놓은 ‘직장 괴롭힘의 피해 실태 : 건강과 정서’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경험한 노동자 중 8%가 자살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서 연구위원은 직업능력개발원이 2016년 ‘국내 직장 괴롭힘의 실태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에서 수행한 직장인 근무환경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다시 분석해 내놓았다. 조사에는 노동자 3천명이 응답했다.

분석에 따르면 3천명 중 2천291명이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83명(8%)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 6개월간 따돌림 같은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1개 이상·주 1회 이상 경험한 비율도 22.7%(681명)였다.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한 번 이상 경험한 노동자 중 가해자 상해 욕구를 느낀 비율은 8.4%(192명)다. 노동자들은 자살 충동과 가해자 상해 욕구를 유발하는 괴롭힘 행위로 각각 “타인 앞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7.8%)과 “부서 이동 및 퇴사 강요”(9.7%)를 지목했다. 피해자들이 겪은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보면 “힘들고 꺼리는 업무를 강요받았다”는 답변이 48.2%로 가장 많았다.

서 연구위원은 “극단적 자살 충동을 느끼는 피해자 비율에 비해 가해자 상해 욕구를 느끼는 비율이 높은 것을 볼 때 괴롭힘 행위에 대한 노동자 반응이 내면적인 좌절감보다는 외부를 향한 분노에 치우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괴롭힘 행위를 업무 수행을 위한 필요악으로 정당화하는 풍조가 개선돼야 한다”며 “의료비 발생과 생산성 악화 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직장 괴롭힘을 방지·대응하기 위한 정책적·조직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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