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노동자 10명 중 7명이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괴롭힘과 조직적 괴롭힘 모두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인권위가 김정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에게 의뢰한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23일부터 9월7일까지 1년 이상 직장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 임금노동자 1천50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직장내 괴롭힘은 타인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적대적·위협적·모욕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영상 이유·노조방해 등 조직적 괴롭힘 27%

최근 1년 동안 직장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는 임금노동자는 73.3%로 조사됐다. 빈도는 월 1회 미만 26.8%, 월 1회 21.4%, 주 1회 13.2%, 거의 매일 12.0% 순이었다. 임금노동자 10명 중 1명은 거의 매일 직장내 괴롭힘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유형별 괴롭힘 피해 경험은 △개인적 괴롭힘 39.0% △조직적 괴롭힘(경영전략 차원) 22.4% △집단적 괴롭힘 5.6% △조직적 괴롭힘(노조활동·근로자모임 방해) 4.6%였다. 경영상 이유나 노조방해 같은 회사 차원의 괴롭힘이 27.0%나 됐다.<그래프1 참조>

행위별 괴롭힘 피해경험(중복응답)에서는 △나의 업무능력이나 성과에 대한 부당하게 낮은 평가(34.9%) △다른 동료들보다 힘들고 과도한 업무 부여(37.6%)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출퇴근 전후나 휴일에 업무 지시(37.1%)에 시달렸다.<그래프2 참조>

괴롭힘 피해 중 차별에 해당하는 경험을 한 응답자는 50.5%였는데 △나이 16.4% △사회적 신분 16.2% △성별 10.2% △용모 등 신체조건 9.2% △학력 8.7%으로 구분된다.

괴롭힘 행위자는 상급자(임원·경영진 외) 42.0%, 임원·경영진 35.6%, 특정 불가 18.0%, 동료직원 15.7%, 고객·거래처 직원 10.1%로 조사됐다. 임원·경영진 포함 상급자가 77.6%다.


괴롭힘 대처했더니 근무지 이동에 2차 가해까지

피해자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피해자의 60.3%는 “특별히 대처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26.4%는 “괴롭힘 행위자에게 문제제기”, 12.0%는 “공식적 조치 요청”이라고 밝혔다. 특별히 대처하지 못한 이유(중복응답)로는 “대처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서”(43.8%), “대처했다가 직장내 관계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29.3%),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19.5%), “대처했다가 업무상 불이익이 우려돼서”(19.2%) 등을 꼽았다.

실제 대처 이후 괴롭힘 행위자 53.9%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밖에 개인적 사과(39.3%)나 공식적 사과(8.9%), 징계·근무지 이동(8.4%)이었다. 공식화한 경우는 17.3%에 그쳤다.

반면 대처 이후 피해자의 고용상 변화를 보면 자발적 근무지 이동(22.1%), 비자발적 근무지 이동(18.7%), 해고나 근로계약 갱신 거절(13.7%), 자발적 퇴사(6.6%) 순이었다. 대처 이후 △업무상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31.1%) △대처를 이유로 비난(29.5%) △나에 대한 악의적 소문(26.9%)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많았다.

김정혜 연구교수는 보고서에서 “괴롭힘에 대한 대처 이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자발적 근무지 이동이나 퇴사했다고 답한 경우도 외관상과는 달리 압박과 암묵적 강요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3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직장내 괴롭힘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토론회에서는 직장갑질119 제보 사례도 공개된다. 양대 노총과 한국경총,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토론자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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