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센터노조대책위원회(준)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조사로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나영 기자>
콜센터 상담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았다. 휴게시간이나 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실시간 통화 모니터링 같은 노동감시에 시달리는 콜센터 상담원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콜센터노조대책위(준)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조사로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출범을 준비 중인 대책위에는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가 참여했다. 콜센터 상담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공동대응한다.

“강압적 노동통제로 휴게시간·연차사용 미보장”

콜센터 상담원들은 사측의 과도한 노동통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휴게시간이나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화장실 가기도 어려운 사업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책위는 “다수 콜센터는 저비용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을 만족시키길 바란다”며 “이 과정에서 과도한 실적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데, 이는 강력한 상담원 통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명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원콜센터분회장은 “8시간 근무하면 1시간 휴게시간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한 번에 15분 이상을 쉬지 못한다”며 “15분 이상 휴게시간을 가지면 개인전화로 빨리 오라는 연락을 받기도 하고, 실제 하루에 1시간을 다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명희 분회장은 “실시간으로 콜을 받아 내야 하다 보니 상담원이 화장실을 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실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우리 사업장은 노조출범 이후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사내 온라인게시판으로 이석 상황을 공개하며 화장실 가는 인원을 통제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심명숙 다산콜센터지부장은 “콜센터 상담원들은 칸칸마다 앉아서 전화를 끊자마자 다음 콜을 받아야 한다”며 “대규모 공장에서 시간에 맞춰 기계가 돌아가는 것처럼 상담원들도 시간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모니터링에 녹취 콜 모니터링까지”

통화품질을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이뤄지는 통화 내용 모니터링이 상담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책위는 “상담원들의 통화 내용은 통화품질 수준을 평가하는 관리자에 의해 수시로 모니터링돼 평가 등급에 반영된다”며 “실시간 모니터링뿐 아니라 통화내용을 녹취해 무작위로 점검하는 녹취 콜 모니터링 또는 관리자가 고객으로 가장해 상담원과 통화하며 평가하는 미스터리 콜링 모니터링 같은 방법까지 동원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관리자가 상담원에게 보낸 모니터링 피드백 내용을 공개했다. 피드백에는 “문제 상담 권유화법 없음(○○기능이라면 제가 지금 설명 드릴 수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또는 “이해도 화법 없음→많이 불편하셨겠습니다”처럼 상담원 말투를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심명숙 지부장은 “상담사는 통화를 하면서도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어떤 단어나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지 피드백을 받기도 하는데 이는 인권 침해”라며 “누군가가 내 말투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에 상담원들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고객에게 성희롱이나 폭언을 당했을 때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나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휴식시간을 사용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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