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10년 만에 자유한국당이 맡기로 하면서 노동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노동존중 정책이 힘을 잃거나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성태 “환노위원장 확보, 노동개혁 속도조절”

자유한국당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참석한 가운데 3선 의원 간담회를 열었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전날 여야 합의로 자유한국당은 7개 상임위원장과 2개 특위장을 맡는다.

자유한국당 상임위 중 법제사법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유력후보들이 거론된다. 반면 환노위는 지원자가 없는 데다 적임자도 보이지 않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2008년 5월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던 환노위원장 자리를 되찾은 것을 성과로 보고 있다. 김성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여야의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합의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권한대행은 “문재인 정권이 역점을 두고 있는 노동·사회정책 분야와 관련해 우리 당이 환노위원장을 확보함으로써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동개혁과 사회개혁에서 속도조절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외교통일위·보건복지위와 함께 환노위를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상임위로 판단한 셈이다.

노동현안 산적한데 “하필 자유한국당이… ”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 후반기에 한국노총과 합의한 최저임금·통상임금 산입범위 일치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3일 양대 노총 위원장 비공개 면담에서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야당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단축 후속조치 같은 노동현안이 즐비하다. 모두 대선공약 아니면 국정과제다.

안 그래도 보수야당 반대가 심한 정책들인데, 자유한국당이 환노위원장 자리를 가져가면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이 환노위원장을 하던 시절에도 노동시간단축 근기법 개정과 최저임금법 개정 과정에서 야당에 밀려 대폭 양보했다.

후반기에도 환노위에서 활동할 예정인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노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것이 관례라 하더라도 하필이면 자유한국당이어야 하냐”며 “후반기에 할 일이 많은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여당 경제 분야 상임위 지키기 주력

더불어민주당이 맡기로 한 8개 상임위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와 국방개혁까지 문재인 정부 주요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곳이다. 홍영표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여당으로서 선점할 수 있는 상임위는 대부분 차지했다고 보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기획재정위원회나 정무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경제 분야 상임위에 환노위나 보건복지위원회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노동존중을 표방한 여당이라면 환노위를 사수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노동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는) 최근 원내지도부 행보를 보면 환노위가 눈에 들어왔겠냐”고 꼬집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하자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던 여당의 항변도 무색해졌다.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은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한다는 정부·여당의 약속이 후퇴하고 있다"며 "현장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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