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여론악화에 어지간히 당황하고 급했던 모양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후폭풍을 맞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최저임금을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노동계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도 악재가 되자 뒤늦게 노동계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정책의 집합으로 해결해 나가야 된다”며 “그중 하나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 항목들을 통상임금과 연결시키는 문제”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당이 주장해 온 바”라며 “제대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5정조위원장인 한정애 의원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내용이 통상임금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편에 나설 것”이라며 “노사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논의를 시작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주문했다.

애초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일치시키자는 주장은 노동계가 했다. 최저임금위원회 협상 과정에서도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자는 의견을 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면 인상효과가 반감되지만 이를 감수하고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임금체계 단순화 효과도 노렸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는 최저임금위에서 국회로 넘어온 뒤 급격하게 뒷걸음질쳤다. 정기상여금에 더해 복리후생수당이 산입범위에 포함됐다. 통상임금 얘기는 쏙 빠졌다. 정확하게는 나왔다가 제압됐다. 지난 21일 고용노동소위에서 한정애·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장했지만 24일에서 25일 새벽으로 이어진 환노위 통과 직전 회의에서는 논의가 중단됐다. 오히려 홍영표 원내대표는 21일 회의장을 찾아 법안처리를 종용하면서 이용득 의원을 개별적으로 불러 반대의견을 냈다.

여당이 노동계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지만 뒤늦은 감을 지울 수 없다. “최저임금의 통상임금화가 당 입장”이라는 홍 원내대표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사회적 대화 얘기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양대 노총과 한국경총은 최저임금위에서 사회적 대화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논의를 강행한 쪽은 여당이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일치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노사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28일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각종 수당을 만들어서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길을 열어 줬다”며 “이제와서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하면 얻을 것을 다 얻은 사용자가 나서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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