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세 차례 반려한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김중남)의 설립신고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반려되면서 공무원 노사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4일 노조에 따르면 노동부와 노조는 6월부터 설립신고증 교부를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노조는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규약까지 개정했다. 해직자 관련 사항을 보완하라는 노동부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설립신고증 교부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난 2일 느닷없이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노조가 "초유의 사기행각"이라고 반발했을 만큼 비정상적인 행보였다.

규약 7조2항이 문제? … 노조 "이미 해소된 쟁점"

노동부는 설립신고를 반려한 이유로 노조 규약 7조2항을 지적했다. 노동부는 “검토 결과 본문에는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됐거나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단서조항을 보면 노조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대의원대회에서 해직자의 신분을 보장한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규약 7조2항은 노동부와의 실무협의에서 이미 해소된 쟁점이었다”며 “양측 법률자문단이 단서조항은 본문에 귀속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실제 규약과 관련해 노동부 자문변호사 5명과 노조 자문변호사가 법률 검토를 마친 상황이었다.

노조와 노동부는 올해 6월 방하남 노동부 장관의 민주노총 방문 이후 설립신고증 교부를 위한 실무협의를 8차례 진행했다.<표 참조> 노조는 노동부의 요구를 수용했고, 지난달 2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규약을 개정했다.

'윗선 개입' 있었나

노조는 지난달 22일 설립신고 보완서류를 제출했다. 같은달 25일 설립신고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노동부는 당일 오후 돌연 설립신고증 교부를 연기했다.

이때부터 노동부가 아닌 '윗선 개입' 의혹이 증폭됐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방하남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사항을 보고했는데, 안전행정부가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방 장관은 “설립신고를 수리한 후 사후관리를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설립신고증 교부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와 실무적으로 논의할 때는 규약 본문 내용에 단서조항이 귀속된다고 판단했지만 정부에서 볼 때 앞으로도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노조를 운영할 것으로 보였다”며 “노동부도 공무원노조가 법내노조로서 합법적인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반려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립신고반려처분취소 소송 제기할 것”

곽규운 노조 사무처장은 “정부가 공식적인 테이블에서 합의한 내용을 뒤집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며 “정부가 공무원을 상대로도 이렇게 사기를 치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노조는 6일 설립신고반려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노조의 법률자문을 담당하는 정정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사람)는 “단서조항을 해석하면서 본문의 선을 넘어갈 수 없는 것으로 법률 검토를 마쳤다”며 “설립신고 반려처분은 정치적 의도가 명백히 개입된 것으로 곧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남 위원장은 “정부가 1천800만 노동자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와는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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