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25일 전국공무원노조 설립신고증 교부를 돌연 연기했다.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과 관련해 자료를 좀 더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노동부는 2009년 12월부터 공무원노조의 노조설립신고를 지금까지 세 차례 반려했다. 모두 해직자가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에서는 조합원 자격을 현직 공무원으로 제한한다. 공무원노조는 그러나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된 경우 조합원 자격을 인정했다. 법외노조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민에 빠진 공무원노조는 결국 진통 끝에 이달 2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규약을 바꿨다. 새로 바뀐 규약에는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되었거나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 '관계법령에 따라'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로 명시했다. 공무원노조법 취지에 따르겠다는 의미다.

노동부는 구체적인 조합원 적격에 대한 해석을 중앙집행위원회에 위임한 단서조항을 문제 삼아 설립신고증 교부를 미루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둘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 14만명 가운데 해고자는 135명이다. 정부는 그동안 전체 조합원의 0.096%를 문제 삼아 공무원노조를 통째로 비합법단체로 만들었다. 노동부는 '법 타령'을 했지만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공무원노조가 이번에 네 번째 노조설립신고서 낸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의혹은 더 짙어진다. 공무원노조는 방하남 노동부장관이 지난달 7일 민주노총을 방문한 이후 노동부와 10여차례 넘는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사실상 노동부와 공무원노조가 긴밀한 협의 속에서 규약을 개정했다는 얘기다. 노동부는 노조설립에 필요한 기본 서류가 아닌 노조의 전 조합원 명단과 투표참가자 명단까지 요구했고, 공무원 해직자나 6급 공무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현장 실사도 진행해 재량권을 넘어도 한참 넘은 행정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설립신고증은 나오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아직 나오지 않은 전국공무원노조 설립신고증은 박근혜 정부와 노동계가 앞으로 걸어갈 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이전 정부와는 달리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에 대한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점은 맞다. 그렇게 새로운 공무원 노사관계를 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 뜻대로 설립신고증 교부가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진심이 아니었다는 바닥을 드러내는 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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