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바이론(Environ)사의 삼성전자 생산라인 안전성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가 "기업 홍보자료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았다. 삼성은 "반도체 공장의 근무환경은 안전하다"며 인바이론의 조사 결과를 주요 근거로 내세운 바 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25일 "인바이론은 조사에서 산업재해 문제로 법원에서 재판 중이던 6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만 과거 노출을 추정했다"며 "삼성반도체 공장의 전반적인 작업환경에 대한 역학조사가 아니라 법원에 제출하기 위한 의견서"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날 오전 서울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전문가의 눈으로 본 인바이론의 삼성반도체 노출평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 원장은 인바이론의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해당 연구는 반도체공장의 작업이 정상조업과 정비작업만으로 이뤄진 것으로 가정했다"며 "하지만 공장 내 라인이 바뀌는 과정과 이후 장비 튜닝을 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의) 노출이 문제가 됨에도 제외했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인바이론이 과거의 노출을 조사하기 위해 사용한 작업환경측정자료에 대해서도 "불검출이나 적합이라고 표현되지만 이는 벤젠 등의 수치가 허용기준을 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포름알데히드나 에틸렌옥사이드와 같은 발암물질은 측정도 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인바이론의 조사가 과거 삼성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특히 삼성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보도자료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삼성은 국제산업보건위원회(ICOH) 2012년 학술대회에서의 인바이론 발표를 두고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이 이상이 없다는 인바이론사의 재조사 내용을 검증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공개한 ICOH 총서기가 지난 16일 삼성측에 발송한 서한에 따르면 삼성의 지난 보도자료는 사실과 달랐다. 총서기는 서한에서 "ICOH는 어느 기업에 대해서도 작업장 안전평가에 직접 개입한 적 없으며 검증이나 인증은 우리의 활동영역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올림은 "삼성이 자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건강권 요구에 반대하는 연구를 생산·유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