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삼성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가족에게 대화를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지난 2월25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건강연구소 관계자가 반올림과 피해가족들에게 대화를 요청해 왔다"고 9일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김수근 연구소 부소장(성균관대 교수)은 반올림 관계자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김 부소장은 메일을 통해 "삼성 퇴직직원의 직업성 암과 관련해 만나고자 한다"며 "삼성에서는 제가 대표 자격으로 만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부소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과 반올림이 서로의 주장만을 반복하면서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올림과 피해가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만남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삼성측의 요청에 대해 반올림은 이달 4일 삼성전자 건강연구소에 공문을 보내 만남을 위한 두 가지 선결조건을 제시했다. 반올림은 삼성측의 제안을 받은 이후 약 한 달여간 피해가족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공문을 작성했다.

반올림은 공문에서 "귀사 출신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관련 행정소송에 개입해 이들의 정당한 법적 권리를 방해해 왔음을 사과하고, 행정소송 보조참가를 즉시 중단하라"며 "백혈병 발병은 업무와 관계가 없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것에 대해서도 정정보도 및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종란 공인노무사는 "직업병 인정을 받으려는 싸움에서 방해를 하고 있는 만큼 삼성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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