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6일 삼성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유해인자인 벤젠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조사한 공장에는 실제로 백혈병이 발생한 라인도 포함돼 있어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산재인정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벤젠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온 삼성과 달리 이 같은 가능성은 수차례 제기돼 왔다. 반올림을 비롯한 전문가집단에서는 제조공정에서 부산물로 벤젠이 검출될 수 있다며 다양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에서도 포토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분해되면서 발암물질로 변한다는 보고서가 나온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연구원이 포토공정과 유사한 모의실험을 한 결과 "웨이퍼가공라인에서 부산물로 벤젠이 미미하게 발생했다"며 이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2009년 실시된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사에서는 삼성 기흥사업장에서 벤젠이 소량 검출됐다.

노동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미미한 수준으로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별 노동자의 노동강도와 신체적 조건, 노출경로에 따라 노출기준치 미만의 적은 노출량에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다르다. 특히 역학조사에 대비해 완벽한 설비가 갖춰진 현재의 노출 상태로 과거 노출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상 발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96년부터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비치제도가 시행돼 그 전에는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법원에서 산재인정 여부를 다투고 있는 노동자들은 9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일했다. 당시에는 화학물질을 수동으로 취급했으며, 환기시설도 열악했다.

박정선 연구원 연구원장은 이날 노동부 브리핑을 통해 "각 사업장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물질 외에) 발암물질이 부산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예상하지 못한 만큼 지금까지 간과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시설이 완벽한 현재에도 벤젠이 검출된 것은 과거 열악한 환경에서는 더 많은 양의 벤젠에 노출됐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행정소송 중인 피해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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