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삼성백혈병 유가족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20일 "지난 7월4일 공단 경기지역본부가 검찰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사실을 신영철 공단 이사장이 알고 있으면서도 7일 유족면담에서 이를 숨기고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거짓약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공단 관계자는 "일선기관(경기지역본부)이 진행하는 검찰의 지휘절차 등의 법적 절차와는 별개로 본부 차원에서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검찰과 협의해 보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그 과정에서 뭔가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공단 이사장이 유족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항소를 전후해 근로복지공단의 행보를 재구성해 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공단과 반올림 등에 따르면 공단 경기지역본부는 7월4일 삼성전자측과 만나 소송 보조참가인에서 빠질 것을 요청했으나, 삼성이 거절했다. 경기지역본부는 같은날 오후 서울고등검찰청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이를 모르는 반올림 등 유족은 7일 공단과 면담을 통해 항소이유서 제출시 미리 알려 줄 것과 내용 공개를 요청했고, 신영철 이사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어 공단은 면담결과를 경기지역본부에 알렸다. 경기본부는 서울고검에 지휘 보류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미 결재가 끝난 뒤였다. 8일 공단 관계자는 면담에 참석한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에게 긴급하게 따로 만날 것을 요청했고, 이 노무사는 "유족들과 함께 공식적으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후 공단은 12일 면담을 통해 유족 등에게 "검찰의 항소지휘가 떨어졌고, 검찰의 지휘를 어길 수 없다"고 통보했다.

13일 밤 공단은 농성 중인 유족을 끌어냈고, 14일 오전에는 인바이론사가 "삼성반도체 근무환경은 백혈병과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같은날 오후 공단은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당시 인바이론사는 결과를 증명하는 근거와 조사방법을 공개하지 않았고, "항소를 대비한 수순 밟기"라는 질타를 받았다.

이 노무사는 “면담에서 가장 먼저 물어본 내용이 항소의견서 제출 여부였고,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면담을 진행해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었다”며 “공단이 누구를 위해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삼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오명을 벗고 싶다면 이제라도 항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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