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백혈병 1심 판결 항소기간을 하루 앞둔 14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이상이 없다는 제3기관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결과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조사방법을 공개하지 않은 채 결과만 발표해 항소를 대비한 수순 밟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전자의 발표가 끝난 뒤 항소장을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경기도 기흥공장에서 백혈병 재조사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론이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실시한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인바이론의 폴 하퍼 소장은 "조사대상 라인인 기흥 5라인·화성 12라인·온양 1라인의 경우 정밀 조사 결과 측정된 모든 항목에서 노출수준이 매우 낮게 나왔다”며 “노동자에게 위험을 주지 않은 채 모든 노출위험에 대해서는 회사가 높은 수준으로 관리 또는 제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과거 (백혈병이 발생한) 3라인에 대한 노출재구성(기흥 5라인) 연구결과에서도 백혈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떠한 과학적 인과관계도 나오지 않았다”며 “벤젠·TCE(트리클로로에틸렌)·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이 모든 시료에서 검출되지 않는 등 작업자의 실질 방사선 노출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바이론은 조사 과정에서 삼성이 건네준 자료와 정해 준 샘플이 맞는지 어떻게 검증했고, 어떤 조사방법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삼성의 영업비밀’이라며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원장은 "결론과 주장만 있을 뿐 데이터가 없는 보고서"라며 "항소심을 대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삼성이 정말 의혹을 풀고 싶은 의지가 있었다면 이해당사자들을 공식적으로 초청해 주장을 도출한 근거를 공개하고 이해시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3일 밤 공단에서 농성을 진행하던 삼성전자 백혈병 유족을 끌어내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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