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기업의 이른바 ‘먹튀’ 행각과 관련해 노동계와 정부가 행정적 제재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숙제로 남았다.
노동계는 1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외국인 투자기업 노동자 보호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와 양대 노총이 공동 주최한 외국인투자 환경 조성 방안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서 현행 법·제도 내에서 취할 수 있는 정부의 행정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 아냐” 구제명령 긴급 이행
토론자로 참여한 우지혜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긴급이행명령제도 활성화를 강조했다. 긴급이행명령제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가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을 때 관할법원이 판결 확정 전까지 중노위의 구제명령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하도록 명하는 제도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 당시 김주영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노위 긴급이행명령을 법원에 신청한 사례는 0건이다. 사실상 사장된 셈이다.
우 변호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과 같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평균 35.1개월이 소요되는 노동위 구제명령은 진정한 의미의 부당노동행위 구제로 볼 수 없다”며 “부당노동행위 구제까지의 기간이 장기화하면 노조는 노동 3권 침해를 넘어 와해하거나 소멸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법은 프랑스의 고용보호계획 같은 일반적인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프랑스는 노동법상 경영해고와 관련해 50명 이상 노동자를 사용하는 기업에서 30일 동안 10명 이상 노동자를 경영해고 하면 의무적으로 고용보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호계획은 △기업 내부 재배치에 관한 방안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안 △기업 외부 재배치에 관한 방안 △새로운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 또는 과거 업무 재수행 지원 방안 △직업훈련이나 경력인증 또는 노동자의 내외부 재배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성질의 재교육 방안 △근로시간의 단축 또는 조정 혹은 추가근로시간의 단축 방안을 의무적으로 담는다. 탁 변호사는 “외국인투자기업의 대규모 고용조정에서 우리 행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마땅치 않으므로 프랑스의 사례를 참조해 행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참가자도 “단기적 행정조치 강화 필요성 공감”
이런 방안은 모두 외국인투자 촉진법 또는 상법 같은 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 개정이 장시간 필요한 점을 고려한 조처다.
이런 제안에 정부 관계자들도 원론적인 공감을 표했다. 박상희 산업통상부 투자정책과장은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촉진법률의 취지상 한계가 있다”면서도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고 민주당 특위도 있으므로 전과 다른 전향적 자세로 외국인투자기업 종사자의 인권과 권리보호에 대해 강화된 입장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은경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장도 “법률적 측면에서 외국인투자기업만 특정해 규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았다”며 “기업의 동향이 고용 변화에 초래할 사전적 영향과 노사관계 불안 측면을 살피기 위한 부처 간 정례적 관계를 구축하고 노사관계가 취약한 기업에 대한 지도·감독을 적극적으로 하는 방안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